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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쇼핑 안하고 밥만 먹고 온다"…백화점, 샤워효과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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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가 매출은 '쑥'…불황에 전체 매출은 제자리 걸음

불황에도 식음료는 고급 원하는 '작은 사치'
다양한 쇼핑채널 등장에 백화점 쇼핑은 매력 잃어

지난 21일 오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점심 식사를 하려는 고객들이 식당가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점심 식사를 하려는 고객들이 식당가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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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서연 기자] #주말인 지난 21일 오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1시를 조금 넘겼지만 10층 식당가는 브런치와 디저트를 즐기려는 고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빙수와 커피를 파는 디저트 전문점에는 중년 여성들이 테이블을 붙이고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고, 브런치카페엔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이른 점심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한 층만 내려가도 매장은 한산하다. 매장을 점검하는 직원 수가 고객 수보다 많을 정도다. 유모차를 끌고 식당가를 오가던 한 여성은 "시내에서 아이와 함께 여유 있고 조용하게 식사를 하기에 백화점만한 곳이 없다"면서 "주말에는 쇼핑 목적보다는 외식을 위해 백화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백화점 식당가에서 식사를 마친 고객이 아래층으로 이동하며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샤워효과'가 옛말이 되고 있다. 비교적 한산하고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데다가 번화가 내 식당치고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백화점 식당'의 인기는 상승세지만, 본 매장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 백화점까지와서 '밥만 먹고 가는' 불황의 단면이다.
지난 21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만난 최모(34)씨는 "지하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바로 식당가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주차장과 식당가 사이에 위치한 본 매장은 둘러볼 생각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

지하 식당가 역시 마찬가지다. 굳이 식사 때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는 고객이나 특식을 원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이들 역시 쇼핑이 아닌 '식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식사 후 쇼핑을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인근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이모(28)씨는 "주말 근무를 할 때는 무조건 백화점 식당으로 온다"면서 "메뉴가 다양하고, 기본적으로 어떤 것을 골라도 평균 이상으로 맛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가 제품을 구매할 만큼 충분히 둘러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쇼핑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래층 식당가 구매고객이 위층으로 올라가며 쇼핑하는 '분수효과' 역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백화점 매장 직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점심이나 저녁 식사시간을 전후로 고객이 굉장히 몰렸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시간대라고 해서 특별히 매장이 붐비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매출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아이쇼핑하는 고객들은 많았는데 이제는 의류나 잡화 매장엔 아예 들르지 않는다"면서 "출입구가 있는 1층 매장을 거쳐 빠져나가는 경우가 아이쇼핑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대부분의 백화점 식당가 매출은 전년 대비 1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1~2월 전년 대비 전체 매출 성장률은 1%에 그쳤지만, 식당가 매출은 10.9%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각각 0.2%, 8.7%로 식당가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백화점 식당의 가격 대비 수준 높은 서비스, 맛과 품질에 대한 신뢰, 주차 등 부대서비스의 편리성 등 이유로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불황에도 좋은 먹거리, 분위기 있는 외식장소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이른바 '작은 사치' 영향도 크다. 각 백화점 업계가 유명 외식 브랜드 및 디저트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이유다.

반면 쇼핑의 경우 소셜커머스와 홈쇼핑 등의 온라인 채널이 고급화 경쟁에 나선 데다 아웃렛도 가세하면서 프리미엄시장에서 백화점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수준의 쇼핑 채널이 다양화되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 내 식당가는 아직까지 '고급화'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과거 서비스와 구색 차원에서 출발했던 식당가가 이젠 백화점의 이미지와 직결될 만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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