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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기희생, 적극적 ‘방아쇠’로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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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검거현장 경찰 총기사용, 민·형사상 책임 뒤따라…엽총 관리 강화 등 현실적 대책 필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재연 기자] ‘관리자의 주도적 현장대응, 무사안일 소극적 근무형태 지양, 중요 사건사고시 지휘 감독자 반드시 현장 출동 지휘체계 확립.’

지난달 27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 엽총살인 사건으로 희생된 고(故) 이강석 남양파출소장은 자신의 근무일지에 이런 내용을 남겼다. 그는 실제로 지휘감독자로서 현장에 출동했고, 권총 사용 대신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으로 대응했으며, 마지막까지 설득작업을 벌이다 희생됐다.
경찰이 총기를 든 범인을 상대하다 총기에 희생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총기나 흉기 등을 들고 경찰과 맞설 때는 강력한 대응수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과의 현장 대치 상황에서 총기사용을 주저하는 게 현실이다. 때로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급박한 상황이라도 섣불리 총기를 사용하면 형사상 책임과 민사상 책임을 함께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 남양동 단독주택 총기 난사사고에 사용된 엽총

경기도 화성 남양동 단독주택 총기 난사사고에 사용된 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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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법원은 경찰의 총기사용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꼭 총기사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대법원은 1989년 12월 A씨가 병원에서 칼(과도)을 들고 난동을 부린 사건에서 총기사용에 따른 위법행위를 인정했다. A씨는 칼을 들고 경찰 앞까지 다가섰고, 경찰은 10여m를 뒤로 밀리다가 소총 방아쇠를 당겼다. 대법원은 가스총과 경찰봉으로 항거를 억제할 시간적 여유와 보충적 수단이 있었다면서 총기사용행위를 위법행위로 판단했다.

1997년 3월 서울 마포구에서 차량절도용의자 B씨가 40cm 가량의 칼을 들고 반복적으로 경찰을 위협하며 도주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칼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쏘겠다”고 경고했지만 B씨는 칼을 휘두르며 접근하다 도주하는 일을 반복했다. 경찰은 B씨 등을 향해 실탄을 쐈고 복부관통상으로 사망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총기사용이 사회통념상 허용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로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만 놓고 보면 경찰의 위기상황 대응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경찰의 총기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시각이다.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미국의 사례와 같이 경찰 총기 사용 규제를 풀어 주다보면 과다 사용 문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총기 사용 매뉴얼을 완화한다는 식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경찰이 수많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판단역량을 길러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금고 이상의 실형,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단속에 관한 법률' 위반 벌금형, 특정강력범죄로 징역, 특정강력범죄로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경우 실형, 벌금형, 집행유예가 종료되더라도 영구히 총기소지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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