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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영화]'내 심장을 쏴라' 여진구 "20대 내 청춘의 시간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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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소설 원작 영화 "이민기와 동갑내기 설정, 편하고 즐거웠다"

여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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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정유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내 심장을 쏴라'의 배경은 수리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이다. 여기에는 병원의 정보통 역할을 하는 조울증 환자도 있고, 사람의 등만 보면 찰싹 달라붙어버리는 치매 환자도 있으며, 관상 보기가 취미인 상습 방화범도 있다. 그리고 이제 막 '수명'과 '승민'이 병원의 새 식구가 됐다.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갇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승민'과 남모르는 트라우마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도망칠 구실만 찾는 '수명'은 같은 방을 쓰며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미쳐서 갇힌 놈'과 '갇혀서 미친 놈', 이 스물다섯 동갑내기 두 청춘들이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 이어지는데, 성인의 길목에 들어선 여진구와 이제 막 서른의 문턱을 넘은 이민기가 각각 '수명'과 '승민'을 연기했다. 23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여진구(18)는 자신이 맡은 '수명'에 대해서 "도전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지만 "실제 성격과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캐릭터 분석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듬직했다. '데뷔 10년차 배우'라는 사실에는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고 얼떨떨해하다가도, '이제 1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는 "최근에 주민등록증을 받았을 때 정말 신기했다"며 해맑게 웃었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중에서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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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읽어 보았나?
"원작을 먼저 읽고 시나리오를 읽었다. 이번 영화는 찍으면서도 감이 잘 안잡혔다. 내레이션도 들어가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원작이 유명한 소설이다보니, 캐스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원작의 인물에 충실하려고 했나?
"그 부분에 신경도 쓰였다. 소설에서는 '수명'이 하얀 피부에 여리여리하고 여성적인 이미지다. 그래서 선크림도 발라보고, 살도 좀 빼봤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가발이 길어서 좀 여성스럽게 보인 것 같다."

-본인 성격하고 좀 다른 캐릭터인가?
"나는 오히려 '승민'쪽에 가까운 성격이다.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는 오히려 나와 다른 인물에 더 끌리는 것 같다.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번 연기해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든 건 '수명'쪽이었다."
-그럼 '수명'이란 역할을 어떻게 해석했나?
"똑똑하면서도 안타까운 인물. 처음에는 항상 숨어 다니고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모습이 소심하고 바보처럼 보였다. 근데 정유정 작가님이 이 인물은 똑똑하다는 힌트를 주셨다. 생각해보니 오히려 '승민'은 계속 탈출을 시도하지만, '수명'은 그게 무의미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 같다. 자기가 덜 힘들고 덜 아픈 길을 빨리 찾은 거다. 하지만 실제 연기할 때는 많이 헤매기도 했다."

-영화 완성된 걸 보고 난 소감은?
"내 연기가 아쉬웠다. 처음에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 정신질환에 대해 주변에서도 경험해본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폐쇄병동에 찾아갈 수도 없고. 특히 '수명'은 정신병이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캐릭터니까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원작을 다시 보게 됐다. 거기에는 자세하게 묘사가 돼 있으니까. 근데 소설에 의지하다 보니 또 거기에 얽매이게 됐다. 어느 순간 내가 연기한 부분을 모니터로 보면서 '왜 저렇게 경직돼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했나?
"다행스럽게 중반에 접어들면서 내가 이 영화 자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승민'이 '수명'한테 해주는 대사들이 나의 상황과 잘 맞았다. "정신병원 치고는 여긴 너무 진지하다"거나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은 누구냐, 넌 누구냐"하는 대사들 말이다. 어쨌든 이 역할을 상대하는 사람은 나인데, 내가 그러지 않고 있더라. 그래서 그때부터는 감정이 정리가 안 된 부분이 있더라도 거기에 얽매지 않았다. 현장에서 느낀 그대로 했다."

여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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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 배우와 동갑내기 설정이다.
"둘이 어울리든 안어울리든 그건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자 싶었다. 형이랑은 정말 친구라고 생각하고 거리낌없이 연기했다. 나이 차이가 띠 동갑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도 못 느꼈다. 현장에서도 편하게 지내면서 형을 따라다녔는데, 형한테는 너무 고맙다. 민기 형은 내가 동생이니까 귀찮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진로를 정했는데, 그게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을 것 같다.
"많은 친구들이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고, 막상 하고 싶은 게 생겨도 하기 힘든 경우도 있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많은 분들이 응원까지 해주시니까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연기 활동하느라 다른 경험을 못하는 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그게 나에게는 오히려 내 장래에 투자를 한 거다. 학교나 친구들에 대한 추억은 적은 편이고, 못 놀아서 아쉽긴 한데, 연기 생활이 좋다."

-연기 말고는 뭐에 관심이 있나?
"운동도 좋아하고, 악기, 요리도 좋아한다. 관심있는 게 많다. 악기는 피아노, 기타, 드럼을 조금 치는 정도다. 배우가 좋은 게, 연기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살 수 있다는 거다. 여진구의 삶도 있으면서 여러 인물의 삶을 경험하는 게 좋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중에서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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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0주년인데, 실감이 나나?
"전혀. 20년, 30년이 되어도 그런 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근데 내가 나이가 들고 다른 친구들이 와서 '선배님~'그러면 그때야 약간 실감이 날 것 같긴 하다.(웃음) 10년이 됐다고 연기가 쉬워진 것도 전혀 아니고 말이다."

-그럼 이제 곧 스무살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건 실감이 난다. 작년에 주민등록증 받고 기분이 진짜 이상했다. 기대도 되면서 아쉬움도 느껴지고. 나이가 들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하더라. 정말 내가 중학생때 성인이 되려면 6년이나 남았다, 뭐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게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니까 기대된다. 바라는 게 있다면 주저앉지 않았으면 좋겠다. 망설이는 건 괜찮은데 후회는 없었으면 좋겠다. 말 그대로 청춘인데, 나쁜 경험이든, 좋고 슬픈 경험이든, 많은 것을 흡입할 수 있었으면 한다"

-대학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고 있나?
"연기를 하다 보니까 다른 친구들에 비해 대학의 현실성에 대해서 늦게 깨달았다. 나보다 살짝 높은 곳에 대학이 있는 줄 알았는데, 대학 문턱이 엄청 높은 곳에 있더라.(웃음) 하지만 대학은 가고 싶다."

-20대 배우 '여진구'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비난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거침없이 도전했으면 한다. 대충대충하는 게 아니라 정말 노력하고 배우는 배우가 되고 싶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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