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을 출발하기 전 마지막 일정으로 미국 주요 연구기관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사전자료’ 형식으로 배포됐다.
또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경도된 외교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미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에서 “이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해당 일정이 끝난 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준비된 원고를 읽지 않았다”며 사전자료를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한일관계에 개선 조짐이 있는 가운데, 지나치게 직접적인 공격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제3국에서 중국을 거론하는 것 역시 외교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사후 판단’이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은 사전 원고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인식 촉구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향적 조치를 강조했다. 또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보여줘야", "상대를 배려하는 용기있는 결단" 등 발언도 준비돼 있었다. 앞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일본'이나 '위안부' 등 단어를 쓰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같은 날 준비된 발언이라고 보기엔 어조가 완전히 다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외교’를 펼쳐야 하는 우리의 입장을 국제무대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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