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구분해서 뽑는데 고교는 합치고…대입제도 개편 없이는 한계 있어…"현장 의견 배제, 땜질식 개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산하기구 참교육연구소와 참교육실이 7월11~23일 전국 중등교사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문이과 구분 폐지'라는 큰 틀에는 찬성하지만 무려 84.4%가 교육과정 개정 사실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교육과정 개정에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려는 교육 당국의 노력이 없었고 현장 교원의 목소리가 소외돼 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땜질식'으로 교육과정 개편을 밀어붙이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교총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입개편의 부수적 산물로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자주 바뀌다 보니 학교현장에는 피로감이 쌓여 부담과 우려가 앞서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이 학교 현장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과정 개정에 짙은 피로감과 우려를 나타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방적인 절차에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이 대입제도에 종속돼 있는 한 교과 단위나 교과서 개편과 같은 방식으로는 교육과정 개정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주최로 지난 12일 열린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공청회'에서 이원춘 창곡중학교 교사는 이번 개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입제도와 수능이 필수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고교 교육과정은 수능과 대입제도에 의해 운영 체제가 결정되는 게 현실"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수능의 '자격고사화'에 대해 이번 기회에 적극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 가운데 하나인 '소프트웨어(SW) 교육 필수' 방안도 신중한 절차와 논의 없이는 현장에 도입되기까지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규일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이 컴퓨터교육 관련 학과를 컴퓨터공학과 등과 통합하는 추세이고, 정보교사 임용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 갑자기 SW교육이 중요하니 당장 도입하려는 것은 성급하다"며 "학계에서조차 교육과정의 범위나 용어, 명칭 등이 통일돼 있지 않은데 이러한 상황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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