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고형광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한 목소리로 '통일금융'을 강조한 것은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통일에 수반돼야 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재와 정 부위원장은 특히 한반도 통일 전에 선행돼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북한경제의 재건을 위한 재원 마련'을 꼽았다.

이 총재는 "경제 통합 과정에서 북한 지역의 경제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며 "금융 부문의 일차적인 과제는 이런 상황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조성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위원장도 "정치적ㆍ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경제력 격차를 조속히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남북한 통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 전 독일과 비교하면 한반도의 통일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 통일 당시 서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동독의 2배 수준이었지만, 현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북한의 18배에 이른다. 또 서독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동독의 8배 수준이었으나, 현재 한국의 명목 GNI는 북한의 38배에 이른다.

또 동독과 북한에 대한 지원규모 측면에서도 서독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연평균 약 2조원을 동독에 지원한 반면 한국의 지원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141억원 수준에 그쳤다. 양국의 경제력 격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통일에 수반되는 비용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 부위원장은 북한 경제의 재건을 위한 구체적 재원조달 방안으로 조세수입 및 국채발행을 확대하고 지출항목을 구조조정하는 등 재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남북협력기금 등 투자기금을 조성ㆍ활용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그는 더불어 국제기구 가입을 통해 양허성 자금 등 국제금융기구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 높은 장기 수익률을 기대하는 민간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뒷바침하는 방안 등도 내놨다. 정 부위원장은 "26일 출범하는 통일금융 태스크포스(TF)에서 이같은 방안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율이나 화폐통합 역시 민감한 부분 중 하나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통화 통합 속도나 화폐교환 비율은 통일의 경제적 성과를 좌우할 주요 변수다. 이론적으로는 화폐교환 비율을 구매력 대로 계산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비경제적 요소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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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남북한 사이의 통화 통합은 경제 통합의 기본이 되는 핵심 현안"이라며 "통화 통합 이후 인플레이션이나 신용경색 발생에 대한 대응체제를 갖추는 한편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작동하도록 하고, 지급결제시스템도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부위원장도 "현재 북한의 환율은 고정환율제도에 따라 결정되지만 현실에서는 공식환율과 시장환율이 괴리된 이중구조가 자리잡고 있어 실질적으로 고정환율제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단기간 내 북한의 대외부채 정리, 물가불안 가능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통합의 속도에 맞춰 환율제도를 단일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연미·고형광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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