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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롤링스톤즈·스팅이 반한 '백업' 디바들…'스타로부터 스무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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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가수들 조명한 음악다큐...제86회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발자국'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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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공연장을 메운 수많은 관객들, 화려하게 장식된 무대와 조명, 한껏 공들인 메이크업과 의상. 이윽고 반주가 시작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온 노래를 부르지만,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 '스타' 뿐이다.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뒤에서 노래하는 이들은 흔히들 '백업 가수' 혹은 '코러스'라고 부르는 가수들이다.

달린 러브는 비틀즈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빌 스펙터에게 발탁돼 '더 블라썸스'의 멤버로 활동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녀이지만 오히려 억울하게 다른 그룹의 대역가수를 해야 했고, 백업가수를 전전하다 돈을 벌기 위해 남의 집 청소부까지 지냈다. 1989년 롤링스톤즈의 모든 공연 투어를 함께 한 리사 피셔는 첫 솔로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받을 정도로 음악계의 기대와 관심을 받았지만 2집 앨범 발매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다시 백업가수의 자리로 돌아왔다.
주디스 힐은 또 어떤가. 주디스 힐은 마이클 잭슨과 함께 투어 공연을 준비하던 중에 급작스럽게 마이클 잭슨이 죽고 만다. 전세계인들이 지켜보는 마이클 잭슨의 추모공연에서 주디스 힐은 '힐 더 월드(Heal the World)'를 부르며 피날레를 장식했는데, 이로 인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한 때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전히 그녀는 백업가수와 솔로가수의 과도기에 있다.

음악다큐멘터리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우리가 미처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백업가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다. 그저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 무대에 섰던 이들은 쟁쟁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스타'가 되지는 못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기회를 얻지 못해서, 자신을 내세우지 못해서, 사업적인 전략이 부족해서, 혹은 솔로로 나설 만큼 충분히 이기적이지 못해서. 음악산업의 변화도 이들의 활동을 위축시켰다.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백업가수들을 2000년대 들어서는 기계가 대신한다. 그 누구도 음악에서 영혼의 울림이나 교감, 감동 따위를 기대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발자국' 중에서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발자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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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디바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스타와 백업보컬이 그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스무 발자국을 좁히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운과 기회를 얻어야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며,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다그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백업가수들만의 자부심을 존중하며, 더 큰 꿈을 꾸는 디바들을 응원한다. 특히나 기계로 음정을 찍어내는 현 시스템에서 목소리 하나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내는 이들이야말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재능을 가졌다는 점을 증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음악 다큐로서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믹 재거, 스티비 원더, 스팅, 브루스 스프링스틴, 크리스 보티 등 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뮤지션들이 기꺼이 자신의 백업가수들을 위한 증언에 동참했다. 이들이 함께 꾸민 무대 장면들은 그 자체로 음악의 역사가 되고, 주연과 조연의 구분조차 무의미해진다. 마이클 잭슨, 데이빗 보위 등 반가운 얼굴들의 리허설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달린 러브가 크리스마스에 남의 집에서 청소를 하다가 라디오에서 자신의 노래를 듣게 된 에피소드는 뭉클하게 다가온다.

2013년 제2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과 전미비평가협회,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에서 상을 휩쓸었다. 제작진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백업가수들을 찾아 2년 동안 50번이 넘는 인터뷰 끝에 만든 영화다. 영화 말미에 백업가수들이 함께 열창한 '린 온 미(Lean on me)'는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한다. 현재 상영중.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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