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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5억’ 재연 가능? ‘황제노역’ 불씨 남았다 (종합)

최종수정 2014.03.28 18:45 기사입력 2014.03.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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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개선안 ‘노역 일당’ 상한선 여전히 없어…강제 규정 아닌 권고안 한계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대법원은 노역으로 벌금을 대신하는 환형유치제도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황제노역’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대법원은 28일 오후 전국수석부장회의를 열고 ‘황제노역’ 논란 등 최근 법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대책을 논의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254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환형유치제도’를 통해 벌금액 탕감을 시도했다. 법원은 허 전 회장이 하루 노역을 할 경우 5억원의 벌금을 탕감 받도록 판결했다.

일반인은 하루 노역으로 5만원 수준의 벌금을 탕감 받는다. 허재호 전 회장은 일반인 1만배 몸값이 책정된 셈이다. 대법원이 이날 수석부장회의를 통해 마련한 개선안의 초점은 환형유치기간의 하한선을 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허재호 전 회장은 노역 일당을 5억원으로 책정하면서 50일만 일하면 254억원을 탕감 받도록 했다. 대법원이 마련한 개선안에 따르면 100억 이상의 벌금형을 받을 경우 환형유치기간을 최소 900일로 정했다.
현행법에는 환형유치기간이 최소 1일에서 3년으로 돼 있다. 허재호 전 회의장의 경우 최소 900일에서 최대 1095일(3년)의 노역을 거쳐야 벌금을 탕감 받을 수 있게 한 셈이다.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최소 300일,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최소 500일, 5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은 최소 700일로 하한선을 정했다.

이번 조치가 적용되는 범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관세,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 등 징역형에 고액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부과하는 범죄이다.

대법원이 이러한 조치를 한 이유는 고액의 벌금형을 받아도 노역 일당을 수억원에 이르게 하는 등 터무니없게 책정해 실질적으로 특혜를 안겨주는 사례를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또 대법원은 벌금 1억원 미만 선고사건은 1일 환형유치금액을 10만원으로 정했다. 1억원 이상 선고사건은 1일 환형유치금액을 벌금액 1000분의 1 이내로 정했다. 예를 들어 허재호 전 회장의 경우 254억원의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에 노역 일당은 최대 2540만원이 되는 셈이다.

대법원의 이러한 조치는 ‘노역 일당 5억’ 사례를 방지하려는 조치로 보이지만, 허점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노역 일당의 기간 하한선은 정했지만, 정작 일당 상한선을 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540억원의 벌금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이론적으로 보면 노역 일당은 1000분의 1인 2억5400만원까지 책정할 수도 있다. 5000억원의 벌금을 받은 사람은 노역 일당이 5억원에 이를 수 있다.

결국 ‘노역 일당 5억’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법원 고민은 법에 노역 기간은 3년을 넘을 수 없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에 노역 일당 상한선을 두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국회가 노역 기간을 늘리는 등 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일당 5억’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대법원의 이번 조치는 확정안도 아니고 권고안이다. 또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판결을 담당하는 판사들이 지키지 않는다고 위법사항은 아니다.

또 대법원이 여론을 의식해 결과적으로 판사의 판결에 대한 재량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과연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재판을 하고 있는지, 국민의 눈높이에 어울리는 처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향판 제도의 문제와 관련해 지역법관(향판)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과 일정 단계별로 의무적으로 타권역 순환 근무를 도입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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