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찬 맨손신화, 印 사하라 로이 회장 벼랑
대법원 구속 후 “30억달러 당장 갚으라” 명령…사하라그룹 현금흐름 압박
맨손으로 시작해 대기업 그룹을 일군 수브라타 로이 인도 사하라그룹 회장의 성공신화가 사기 혐의와 자금세탁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로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법정모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앞서 26일 사기혐의와 관련해 출두하라는 대법원의 명령을 어겼고 대법원은 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그룹산하 계열사 2곳을 통해 사모채권을 발행해 39억 달러(약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 투자자들에게 채무를 상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 인도 현지 매체 NDTV 등에 따르면 로이 회장은 1990년대 이래 두 갈래 논란에 휩싸였다. 첫째가 투자자의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으로, 그는 이로 인해 민사소송을 당했다. 둘째는 수백만명의 투자자 명단은 허구이며 사하라그룹은 인도의 '스위스 은행'으로 지하경제 자금을 세탁하는 서비스를 고위 권력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 사모채권 불법발행 덜미= 이번에 불거진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는 사하라그룹의 두 계열사가 39억달러 규모의 사모채권 발행과 관련한 규정을 어기고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며 2200만 소액투자자에게 원금과 연 15%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한다.
사하라그룹은 소송으로 맞섰지만 법원도 같은 명령을 내린다. 사하라그룹의 두 계열사는 2012년 법원으로부터 원리금을 90일 이내에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법원이 원리금 상환 시한을 연장해줬지만 사하라그룹은 돈을 갚지 않았다. 그러자 지난해 2월 금융당국이 두 계열사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 30억달러 갚아야 보석= 로이 회장은 구속되기 앞서 여러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고 투자자들에게 약 49억달러를 상환해 남은 돈은 3억3300만달러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도 대법원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다. 사하라그룹이 앞서 제출한 투자자 명부가 상당 부분 허위로 드러나 로이 회장의 상환 주장을 확인할 근거조차 없는 실정이다.
사하라그룹은 당장 4억달러를 갚고 26억달러는 16개월에 걸쳐 분할 상환한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대법원은 "부도덕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하라그룹이 원리금을 적어도 30억달러는 상환할 구체적인 계획을 들고 오기 전에는 그를 보석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13일 변호인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고 로이 회장의 다음 대법원 출두 일정은 오는 25일로 잡혔다. 사하라그룹은 NYT에 "조직이 크고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거액을 일시에 상환하는 일은) 현금흐름에 큰 압박을 준다"고 하소연했다.
◆ 인도 금융 취약성 노출= NYT는 로이 스캔들은 인도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비즈니스로 악용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인도인 중 35%만 예금 계좌를 갖고 있다. 여기에 금융에 대한 규제가 허술해, 그림자 경제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20%로 추산된다. 그림자 경제뿐 아니라 제도권 은행도 취약해 지난해 말 현재 부실채권이 전년 동기보다 36% 급증했다. 금융을 정상화하기 위해 현재 은행의 70%를 보유한 인도 금융당국은 은행이 자본을 확충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 38달러로 들고 사업 시작= 그의 부친은 방글라데시 소도시 비크람푸르에서 기술자로 일했다. 그는 인도 북동부 네팔 접경 비하르주의 아라리아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29세 때인 1978년에 달랑 32달러를 들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은행 계좌가 없는 빈민들에게 결혼이나 집안 대소사에 목돈이 필요하면 도와주겠다며 정기적으로 돈을 예치받았다. 은행 같기도 하고 보험 같기도 하며 투자회사 성격도 띤 사업이었다. 고객이 수백명에서 수천명으로, 수백만명, 수천만명으로 늘었다.
자산이 쌓이자 그는 건설, 소매, 호텔, 항공, 제조, 유통, 언론 등 업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사하라그룹은 뉴욕 플라자호텔과 호텔드림뉴욕, 런던 그로스베너 하우스호텔도 전체 또는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110억달러에 달하고 11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로이 회장 과시욕으로 세계적 화제 뿌려
백악관 본뜬 대저택 짓고, 두 아들 혼사에 1만명 초대
수브라타 로이 사하라그룹 총수(65)는 부와 인맥을 과시하는 성향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뿌렸다.
로이 회장은 2004년 2월 두 아들을 일주일에 걸쳐 결혼시키면서 인도 각계에서 1만여명을 초대했다. 아탈 비하리 바이파이 총리, 발리우드 스타 아이슈와리아 라이, 크리켓 선수 사우라브 강굴리 등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주도 러크나우에 모여들었다.
로이 회장은 결혼식을 초호화판으로 치렀다. 하객들을 전세기 27대로 모셔왔고 특급호텔 스위트룸만 80실을 비워뒀다. 하객들은 칩을 넣어 제작해 위조가 불가능한 청첩장을 받았다. 중무장한 경호원들이 하루 24시간 결혼식장을 지켰다.
사하라그룹 홈페이지(sahara.in)의 그룹 소개 코너에서 '감사(gratitude)'라는 항목을 클릭하면 그가 유력 인사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 수십장 나온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소냐 간디 국민회의당 총재 등 인도 정계 인사는 물론 찰스 영국 왕세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등장한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인도 테레사 수녀도 그의 사진첩에 실렸다.
로이 회장은 러크나우 대저택을 미국 백악관을 본떠 지었다. 대문부터 어지간한 부자의 집 정도로 웅장하다. 대지가 270에이커(1만㎢)에 이른다. 대저택 안에는 인공 호수가 조성돼 있고 극장과 5000석 음악당도 있다.
프로 스포츠팀도 여럿 거느리고 있다. 인도 크리켓팀 푸네 워리어를 운영하며 포뮬러원(F1) 소속 포스인디아팀의 지분 43%를 갖고 있다. 2009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리버풀을 인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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