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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성역(聖域)' 종교인 과세, 또 해 넘기나

최종수정 2013.12.26 11:20 기사입력 2013.12.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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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연내 처리 무산…내년 2월 임시국회 재논의하기로
-기타소득·80%의 필요경비율 부분 쟁점 사항으로 남아
-종교계 반발로 내년 임시국회 처리도 불투명해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무너지지 않은 성역(聖域) '종교인 과세'가 또 해를 넘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3일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처리에 실패했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들도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공론화한 지 45년 만에 '종교인 과세'가 또 불발된 것이다. 정치권은 내년 2월 임시국회 때 이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종교인 과세'는 매 정권마다 꾸준히 논의됐다. 우리나라 헌법 38조는 국민개세주의와 공평과세를 명시하고 있다. 어떤 법에도 종교인ㆍ종교단체에 대한 비과세 규정이 없다. 하지만 신자들을 동원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까닭에 정치권에서 종교는 암묵적으로 비과세 성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 사이 일부 종교는 세습화되고 종교법인을 통한 횡령, 배임, 탈세가 일어났다. 종교인에 대한 공평과세 문제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국민 모두 소득에 맞게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원칙에 따라 종교인도 소득세 부과대상에서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종교인 과세에 다시 불을 지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8월 '2013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종교인 소득에 메스를 들이댔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가 이뤄진다.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주고 나머지 소득에 대해 주민세를 포함한 22%의 세율을 적용, 원천징수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종교인들은 전체 소득의 4.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는 세금 부과 기준과 필요경비율 부분에서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세법개정안은 종교인들의 세금 부과 기준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타소득은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받는 금품'이라고 명시됐다. 그러나 종교인들은 매달 급여뿐만 아니라 차량유지비와 각종 공과금 및 성직자 본인ㆍ자녀들의 교육비까지 지원받고 있다. 기타소득의 '금품'이란 단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소득금액에 관계없이 80%의 필요경비율이 적용되는 부분도 문제가 됐다. 필요경비란 소득세의 과세대상에서 공제되는 부분이다. 종교인은 근로소득자와 동일한 금액을 벌어도 세금은 적게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총급여액이 1억원인 근로소득자의 경우 연간 약 741만원의 소득세를 부담하지만 연소득 1억원인 종교인의 경우 약 115만원의 소득세만 부담하게 된다.

정치권은 23일까지 조세소위를 열어 '종교인 과세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여야 의원들은 종교인 소득 과세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았으나 소득항목, 과세방식 등 세부 사안 등에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나성린 조세소위위원장은 "정부와 종교계, 정치권이 추가로 협의해 합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 입법화가 내년으로 넘어갔지만,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치권이 종교계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 조세소위에서 일부 의원들은 종교인들의 반발을 우려해 과세인프라 등이 갖춰질 때까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인 과세 법안에 대한 수정안 제출도 쉽지 않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근로소득으로 명시해 과세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하려고 했지만 법안 발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공동발의 의원 10명을 채우지 못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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