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복원·재현·창조..우리 고유옷 전세계에 알린 전도사
창조경제 DNA 명인명품 <14> 한복장인 김인자씨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차분하고 다정다감한 입담은 그의 작업세계와 닮아 있다. 천을 염색하고 다리고 자르고 바느질하고 수놓는 작업까지. 꼼꼼하게 공들여 정성을 쏟는 그의 '한복 짓기'는 옛날 여인들이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손수 옷을 지었던 그 마음을 닮으려 애쓰는 듯하다. 한복을 알아가고, 만들며 이를 또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업으로 30여년을 살아온 한복 장인의 모습이다.
크게 드러내진 않았어도 이미 '한복'을 해외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해낸 그다. 1998년 프랑스 발랑스 국제박람회 부터 최근엔 헝가리에서의 패션쇼까지 그의 작품들은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한국복식의 아름다움을 감동적으로 전달했다. 헝가리 영부인은 그가 지은 한복을 입고 패션쇼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2일 한복장인 김인자(여ㆍ58)씨의 공방이 있는 서울 종로구 북촌 가회동을 찾았다. 그의 작업실은 한옥 스타일의 집들과 도자기, 공예품을 파는 상점들이 곳곳에 눈에 띠는 조용한 동네에 자리해 있다. 올들어 밀라노 한국전통공예전, 한산 모시 명품전, 헝가리 한국문화원 패션쇼 등 세번의 굵직한 한복 전시회를 마친 그는 벌써 또 제주도 '본태 박물관' 초대전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의 공방에는 시대별 작품들이 가득했다. 묘에서 출토된 복식 유물을 수리하거나 복원한 작품에서부터 옛 한복을 재현한 것, 또 한복 디자인을 응용한 드레스와 생활한복 등 무척 다양했다. 이날 기자에게 보여준 한복은 조선 전기 선조때 이응해 장군이 입었던 윗옷인 '방령'을 재현한 것으로, 곱디고운 분홍빛 명주에 당초문양이 흩뿌려져 있었다. 김씨는 "이응해 장국의 묘에서 나온 옷가지들 중에는 격조 높고 화려한 것들이 많다. 그에 대해 다른 관리들이 탐관오리라는 상소문까지 올린 기록도 있는데 그가 사치가 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유물들을 통해 당대 최고의 의상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작품으로 한복 드레스를 꺼내왔다. 지금 파티복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된 옷이었다. 흰색 레이스가 달린 저고리에 검은 치마는 빛이 반짝거렸고 치마 윗단은 밝은 톤의 형형색색 띠로 장식돼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작업을 하고 있는 경북 청도군 금천초등학교 학생들의 '한복교복'도 있는데, 이런 생활한복의 경우 옛날 서민들의 일상복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김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89호 침선장 보유자로 처음 인정받은 고(故) 정정완 선생으로부터 사사했다. 스승을 만나기 전까지는 시행착오에 지나지 않았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김씨는 "의상은 제도나 박음질 등 계산을 통해 디자인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한 분야로 알았었는데 스승을 만나고 그런 고정관념이 깨졌다"며 "붙이라면 붙이고 박으라면 박고 하다 보니 한복이 지어졌는데 참 신기했다"고 회고했다. 오랜 세월 한복을 만진 장인의 손길을 김씨도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에게 '한복'이 양복과 다른 점을 물어봤다.
"옛날 집집마다 지어 입는 옷의 바느질과 스타일이 달랐는데, 한복도 '김치'처럼 지역마다 가정마다 다른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어요. 양장은 나온 옷감을 재단하고 이어 붙이지만, 한복은 옷감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죠. 밤껍질로 천연염색을 하려면 그걸 모아서 푹푹 삶아 말리고 그늘에 널어놓기를 반복하는데 이미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요."
그는 행복한 한복장인이었다. "한복을 통해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었고, 예술을 사랑한 마음을 한복에 담을 수 있어서 좋고,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는 행운까지 얻었다." 15년 정도를 해외 전시나 패션쇼에서 우리 한복을 소개해 온 그에게 '한복 세계화'의 방법을 물었다. "일본 기모노가 전세계에 알려진 것은 유럽이 낳은 화가 고흐가 일본 예술에 매료됐고, 또 그것을 자기 작품으로 승화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전통 문화와 예술을 우리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것은 물론 남에게도 제대로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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