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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끝까지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작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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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끝까지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작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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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에 이어 신작 '설국열차'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은 이미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거장으로 우뚝섰다. 그래서일까.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와 관련해 수십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소화하면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를 보였다.

개봉 전부터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설국열차'는 인류가 빙하기를 맞은 후 최후의 생존자들이 기차에 의지한 채 칸에 따라 계급이 나뉘어 살아간다는 파격적인 소재와 함께 꼬리칸 지도자가 폭동을 일으킨다는 줄거리를 안고 있다. '괴물'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송강호 고아성과 함께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해외 톱 배우들이 함께 해 기대를 높였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은 "집에 가면 인터넷으로 보려다가 안 본다. 그냥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주변에서 좋은 반응들을 골라 보여준다"며 넉살 좋은 웃음꽃을 얼굴에 한 가득 피웠다. 그래도 얼굴 한 켠엔 왠지 모를 불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개봉을 앞 둔 감독 마음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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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처음 '설국열차'를 접한 것은 2004년 가을 홍대 앞 만화 가게에서다. 프랑스 만화가 원작인 '설국열차'는 그 자체로 봉준호 감독에게 신선함과 동시에 큰 충격을 안겼다. 봉 감독은 "너무 강렬하고 독창적이었다. 달리는 기차에서 계급에 따라 칸이 나뉜다는 독특한 설정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라고 당시 느낀 소회를 밝혔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정말 독창적인 발상이었어요. 원래 원작은 남자가 호송되면서 다양한 인물과 상황들이 에세이처럼 지나가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이야기 자체는 제가 새롭게 써야 했죠. 영화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만 하는 것 같지만, 저는 질감이나 촉감을 중요시 하거든요. 추위나 더위 같은. 이 원작 만화는 그런 느낌이 강렬했어요. 기차에서 느껴지는 답답한 공기와 꼬리칸의 구질구질한 촉감 같은 거요. 또 창밖은 새 하얀 설원처럼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상은 죽어 있는 것처럼요."

그가 언급한 그 질감과 촉감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을 준 에피소드가 있다. 북유럽 영화제에 참석한 봉 감독은 한파가 몰아치던 어느 해 12월 조용한 길거리와 대비되는 한 술집에 들어섰다. 문을 열면 사람들이 꽉 들어차 왁자지껄 술을 마시고 있고, 담배연기가 가득하지만, 문을 닫으면 고요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 대비되는 장면을 그는 영화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살인적인 추위와 적막함이 가득한 기차 밖과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생존자들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기차 안으로 대비돼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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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꼬리칸 반란을 이끈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의 독백은 그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고, 또 길리엄(존허트)을 그토록 지극하게 지도자로 받들며 따르게 됐는지 설명해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 장면은 별다른 플래시백(재연 장면) 없이 오로지 대사로만 처리된다. 배우의 연기력은 물론이고, 세밀한 표정 하나까지 담아내는 연출력까지 요구하는 어려운 촬영 과정이기도 하다. 평소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눈여겨 본 이들이라면 비슷한 장면을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마더'에서는 진구가, '괴물'에서는 변희봉이 각각 비슷한 장면을 연기한다. 또 봉 감독의 입봉작인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이 같은 장면이 등장한다.
"프로듀서 중 한 명이 커티스의 과거 상황을 촬영해 영화에 넣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저는 플래시백을 넣을 생각이 없었죠. 그래서 크리스 에반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크리스에게 '나는 정공법으로 찍겠다'고 했죠. 배우로서는 굉장히 좋은 기회거든요. 크리스 역시 '그 씬 만큼은 제대로 찍고 싶다'고 하더군요. 제이미 벨에 의하면 크리스가 숙소에서 거울을 보며 연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엄청 열심히."

'설국열차'는 기본적으로 SF 장르이지만, 사실 딱히 장르를 규정짓기 어려운 면이 있다. 장르의 패턴을 배신한다고 해야 할까. 묵시록(종말)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많지만, 이 작품처럼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과 그 안에서 인물들을 펼쳐놓은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그것이 봉 감독이 '설국열차'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는 '설국열차'가 가진 원형적인 측면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었다.

"낮은 계급이 모여 있는 꼬리칸에서 반란이 일어나 맨 앞 칸으로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앞과 뒤가 큰 차이가 없어요. 순환 구조인거죠. 고전적인 구조 같지만, 결국은 이게 핵심이예요. '설국열차'는 설정만 놓고 보면 참 단순하고 직설적이예요. 살짝 귀띔해 드리면 중요한 부분은 커티스가 윌포드를 만나고 난 후 입니다. 영화를 끝까지 집중해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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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 기자 star1@
사진=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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