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에 장사 없네..물먹은 제철 상품들
-고등어 21% 코펠 60% 판매 감소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직장인 박영식(34)씨는 휴가철 성수기를 피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이달 중순으로 앞당겼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계곡에서 캠핑을 즐기려고 한 달 전부터 한껏 들떠있었지만, 휴가기간 내내 쏟아지는 물폭탄에 결국 꼼짝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틀여박혀있었다. 습한 집안 공기에 박씨는 엉뚱하게 휴가갈 돈으로 제습기만 들여놓았다. 박씨는 "이번 휴가 때에는 강릉이나 동해를 찾아 회 한 접시도 사먹고 올 참이었지만 장마에 아무데도 가지 못했다"며 "비가 와서 집에서도 회는 못 사먹고 전만 부쳐먹었다"고 말했다.
최근 3주동안 연속된 긴 장마로 소비 트렌드도 달라졌다. 궂은 비 소식에 캠핑용품, 선글라스 등 여름 특수 상품의 매출은 감소한 반면 때 아닌 레깅스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철인데도 연일 지속된 물난리에 야외활동을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생선의 경우, 비 오는 날은 회를 먹으면 안된다는 낭설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업계는 올 장마가 8월 초까지 이어져 역대 최장기 장마가 될 수 있다는 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에서는 비가 퍼붓기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최근 2주간 조기, 고등어 등의 생선 판매가 급감했다. 조기는 전년동기대비 6.8% 줄었으며 고등어는 21.9% 감소했다. 제철인 갈치 역시 신장세가 전년동기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트에서도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판매된 생선회의 경우 전달 동기대비 4% 줄었으며 활수산물은 1.8% 역신장했다.
집중호우로 야외활동을 계획했던 피서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캠핑용품 판매도 하락세를 보였다.
롯데마트에서는 같은기간 텐트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41.7% 줄었고 코펠과 버너, 침낭 등도 각각 60.5%, 34.9%, 27.7%씩 크게 감소했다. 뜨거운 햇볕을 가릴 수 있는 파라솔도 긴 장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파라솔 판매는 25.7% 감소했으며 레저테이블 역시 48.1% 줄었다.
백화점의 여름 상품 판매도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통적인 여름 특수 상품인 선글라스는 신장세가 전년동기대비 3.6%에 그쳤다. 전달 마른장마의 영향으로 19%의 신장세를 보였던 것과 대비해 크게 꺾인 것. 7월 내내 여름 세일을 진행했음에도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지난달 60%이상 신장했던 선크림과 여름용 '쿨링' 화장품 매출도 이달 들어서는 10%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긴 장마로 골프의류 판매도 이달 들어선 역신장했다.
반면 때 아닌 레깅스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통상 무더운 여름철에는 레깅스를 잘 찾지 않기만, 비에 젖었을 때 청바지나 면바지보다 빨리 마르기 때문에 긴 장마에 바지보다 레깅스를 더욱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이달들어 레깅스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5% 증가했다.
이밖에 습한 날씨 덕에 제습기 판매는 100% 이상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방수 재질의 고어텍스 트래킹화도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젤리슈즈 브랜드 크록스는 이달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고 헌터는 저가 플랫슈즈와 샌들 등이 인기를 모으며 148% 신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시작된 장마가 말까지 이어지고 있어 여름특수 상품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8월초까지 장마가 이어져 역대 최장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장마철 소비 트렌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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