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기자의 돋보기] 성적 상상 유발하는 TV 이대로 좋을까
[아시아경제 이승우 기자] 성적 상상을 유발한다. TV에 저속한 방송 프로그램이 쉴 틈 없이 전파를 타면서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일부 프로그램은 아예 선정적인 소재를 내보내며 청소년에게도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고 있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아이들이 무척 대범해졌다"는 소리가 흘러나올 만큼 민망한 장면이 길거리 곳곳에서 쉽게 포착되고 있다.
일산 대화동에 거주하고 있는 6살 된 딸을 둔 김윤선(34)씨는 얼마 전 기막힌 장면을 목격했다. "하루는 딸 아이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글쎄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아이들이 서로 몸을 어루만지면서 키스를 나누고 있는데 깜짝 놀랐어요."
남의 일이 아니다. 만약 우리아이가 길거리에서 이같은 장면을 목격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럴 수 있을까`, `민망할까`. 반면 길거리 스킨십의 당사자였던 중학생 커플은 “요즘 방송 보면 이것보다 더 심한 장면도 나오던데, 우리가 길거리에서 키스 좀 나눴다고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주변의 시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미 오래전부터 TV 속은 드라마와 CF광고, 무대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자극적인 방송 환경을 만들어 왔다. 심지어 각 방송사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좀 더 `화끈한` 장면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끌면서 이른바 `시청률 장사`를 했다.
선정성 논란 앞에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섹시` 콘셉트의 일부 가수는 선정적인 무대와 가삿말로 문제가 됐다. 물론 노래 내용이 어떻든 선정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국 `표현의 자유`란 변명거리가 있다. 앞서 가수 정태춘은 1990년대 초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전개, 1996년 헌법재판소는 "검열이 허용될 경우 창작자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해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크다"며 가요 사전심의 위헌을 결정했다. 이후 음반사전검열이 폐지되면서 노래 발표가 무척 자유로워졌다. 1990년대 들어서는 1970~80년대 사회적 기준에 억압 받아야 했던 가삿말의 노래가 통기타 리듬을 타고 대중의 마음을 두드리며 다양성 측면에서 낙관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요즘 방송가의 모습은 어떨까. `표현의 자유`란 탈을 쓴 일부 방송 프로그램과 노래는 너무 저급해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은 지난 27일 방송한 tvN `화성인 바이러스-시스터보이 편`(이하 시스터보이)을 시청한 뒤 각종 커뮤니티게시판과 해당 기사 덧글에 “너무 선정적인 것 아니냐”라며 지적했다. `시스터보이`는 친누나가 남동생에게 입맞춤하고, 잠자리를 하는 등 일반상식에서 벗어난 다소 야릇한 스킨십 장면을 가감없이 내보내 논란이다. 다른 경우지만 가수 이승철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민다리에, 티저 팬티에, 착시의상? 이런식으로 활동시키는 건 옳지 않다"란 글로 요즘 걸그룹의 선정적인 무대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같은 비난 여론에 대한 방송사 입장은 어떨까. 지난 2009년 3월 프로그램이 첫 론칭한 뒤 최근까지도 갖가지 OOO 콘텐츠를 묘사해 `선정성`과 `조작설`논란으로 여러차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으로부터 지적받아온 tvN `화성인 바이러스`(자체 심의 등급 15세) 측은 이번 `시스터보이` 논란과 관련해 "가족마다 애정표현이 다 같을 수 없지 않느냐. 그 남매가 유독 유별났다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관련업계 역시 시청률을 감안한다면 가끔은 민망한 장면을 내보내야 할 때도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런 논란이 한두 번도 아니질 않느냐. 이젠 무덤덤하게 넘어가도 될 법한데 말이다"라고 고개를 절해 흔들었다.
시청률을 높이려는 제작진의 상업적 판단도 중요하겠지만, 청소년에 미치는 해악과 관련한 논란에도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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