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근로자, 결혼식날까지 근무하겠다는 말 듣고 대체근무…“어릴적 경험이 구정에 도움”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이 재활용품 쓰레기 수거 트럭에서 재활용품을 내리고 있다.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이 재활용품 쓰레기 수거 트럭에서 재활용품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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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이 지난 토요일 새벽 5시부터 재활용품 수거트럭을 타고 재활용품을 모았다.


박 청장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재활용 수거 환경관리요원들과 같이 근무해왔지만 이 날은 특별한 사연이 있어 화제가 됐다.

박 청장은 4일 전 중구청 소속 30대 초반 기간제 환경관리요원이 자신의 결혼식 날에 휴가도 내지 않고 오전까지 근무한 뒤 결혼식을 하겠다며 예식시간을 오후 4시로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 청장은 그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체근무자를 확정했으니 결혼식 날엔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결혼식이 있는 환경관리요원을 대신해 일한 근로자가 바로 박 청장이었다.


다른 근로자를 현장에 배치해도 될 터이지만 박 청장이 새벽 5시부터 재활용품 수거 트럭에 올라 예비신랑 몫의 일손을 대신했다.


재활용품 분리수거와 대형폐기물을 처리하는 환경관리요원들 업무는 만만찮다. 트럭에 매달려 손과 얼굴을 애는 듯한 추위와 냄새를 참아내며 골목을 누빈다. 집 앞에 나온 재활용품을 차에 싣다 보면 봉지가 터져 음식물쓰레기가 얼굴로 날리기도 하고 때론 깨진 병이 봉지를 뚫고 나와 부상을 입기도 한다.


이 일을 박 청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해왔다. 환경관리요원이나 담당공무원들이 알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방문약속 없이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어느 누구보다도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박 청장이어서 현장에서 어렵게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박 청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가족생계를 위해 상경해 자동차정비사, 복싱선수, 야간경비원, 아이스크림장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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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으로 와선 택시운전을 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공부에 대한 열의도 커 검정고시로 중·고교를 마친 뒤 야간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박 청장은 “어려웠던 지난 날을 생각하면 힘들긴 했지만 서민들 삶을 대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며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그 때를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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