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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강남’서 아파야 하나…서울 지역 간 의료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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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의료기관, 타 자치구 보다 2배 이상 많아
서울지역 공공의료 비율 전체의 0.66%… 전국 평균 12% 한참 밑돌아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주부 서영진(가명·36) 씨는 얼마 전 큰 고초를 치렀다. 네 살배기 딸이 새벽 고열에 구토증세를 보여 급히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전문의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야간진료를 보지 않는 곳도 많았다.
서 씨는 딸이 천식으로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결국 서 씨는 경황이 없는 가운데 남편과 병원을 찾아 헤매다 서초구 서초동의 병원까지 가서야 아이를 의사에게 맡길 수 있었다.

서울의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의료영역에서조차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의료기관은 물론 병원과 병상 수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료의 양적, 질적 차이가 현저하다는 점이다. 서울시의회 김연선(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인구 10만명 당 의료기관은 137개로 기타 자치구 63개 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병원과 병상 수에서 역시 강남3구는 2.99개와 748.75개를 기록해 각각 1.47배, 1.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성에서 강남지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강남3구를 제외한 기타 지역은 암이나 심혈관, 뇌혈관 질환 등 중증환자들이 많아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국립건강보험공단의 올 상반기 건강보험 주요 통계 자치구별 의료기관(약국, 의원, 종합병원 포함) 수에서 1000곳이 넘는 곳은 강남3구 세 곳이 유일했다.

서초구와 송파구가 각각 1389개와 1302개를 기록했고, 강남구는 이 보다도 2배가 많은 2677개를 기록했다. 의료기관이 가정 적은 것으로 조사된 용산구(416개)와 금천구(419개)와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런 의료격차 심화 원인으로는 유명무실한 공공 의료기관과 자본의 의료 잠식화가 꼽힌다. 가까운 곳에 믿고 진료 받을 만한 공공기관이 부재한 점과 민간기관들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경제논리가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강남지역이 주거, 교육 등을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의료기관들이 대거 이전한 영향”이라며 “이는 아산병원, 삼성의료원 등 빅5 병원들 모두가 강남에 밀집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직영과 민간위탁을 포함한 서울지역 13개 공공 의료기관에 투입되는 연간 8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있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건강 취약지역과 계층을 중심으로 내년 건강증진사업 확대 시행을 준비 중이다. 올 3월 실시한 서울시 연구용역에서 교육수준과 소득에 따른 지역별 의료격차가 심한 것이 확인돼 도시 보건지소 확충 등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 전체 의료영역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66%. 나머지 99% 이상은 민간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전국 평균 12%에도 한참 못 미친다. 보건소 한 곳이 담당하는 인구에서도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21배나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1.4배인 각 자치구 단위 사망률이 동별 단위에서는 2.5배로 작은 단위일수록 의료격차가 크다는 게 확인됐다”며 “내년 서울시 건강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는 한편 공공의료의 양적, 질적 개선을 위해 보건소 확대와 방문서비스 강화, 관련 조례 제정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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