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9일 대선 출마선언을 하던 안철수 후보의 모습은 그의 등장만큼이나 남달랐다. 국민적 관심을 감안한다면 그의 모습은 지나치리만큼 꾸밈이 없었다. 이마를 거의 다 덮은 수더분한 머리는 빗질을 덜한 것 같기도 하고, 넥타이에 정장도 새로 빼입은 듯 말끔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가장 안철수 후보다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토가는 고대 로마 시민의 대표적인 의복이다. 옷이라기보다 한 장의 커다란 숄 같은(shawl type) 포(布)로 색이나 장식, 그리고 두르는 방법에 따라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낸 덮개다. 당시의 후보자들은 흰색 토가를 걸침으로써 '청렴·결백'하다는 '신뢰'를 주고자 했던 것 같다.
후보자들은 흰색 토가를 더욱 희게 보이려고 분필 가루 같은 백색 분말을 토가 위에 뿌렸다고 한다. 표백제가 변변치 않던 그 시절에 흰색 분말이라도 뿌려서 청렴함을 나타내려 노력했다는 것이 우스워 보이지만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으니 그리했을 것이다.
단시간이었지만 갑자기 등장한 안철수 후보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판에서 우리가 그토록 갈증을 느끼던 '청렴·결백'을, 그에게는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안철수 백신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부를 쌓지 않고 무상으로 그 혜택을 온 국민이 누릴 수 있게 한 그라면, “정치판의 쇄신이 정권교체보다 더 상위의 개념”이라고 하던 그의 외침에 믿음이 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했다. 그러나 적절한 후보인지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귀에 달콤한 공약에 속거나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유권자가 원하는 가장 중요한 후보자로서의 덕목은 '청렴·결백'일 것이다. 고대 로마인들처럼 온갖 분장으로 청렴결백을 가장하는 후보는 없는지, 어리석게도 그것에 속아 백색 분말을 뿌린 옷으로 치장한 후보를 선택하는 누를 다시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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