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亞' 꿈꾸는 김신욱의 '플랜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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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처음엔 모두 감독의 도박으로 치부했다. 2009년 당시 김신욱(울산)은 입단 2년차에 2군을 전전했고, 대학 때까진 수비수로만 뛰던 선수였다. 장점이라곤 196㎝의 장신뿐이었다. 그런 그를 김호곤 감독은 최전방에 투입했다. 공격수들이 줄부상을 당한 탓에 벌어진 '울며 겨자먹기'였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처음엔 오직 전방에서 헤딩을 따내는 일에만 몰두했다. 자칫 조롱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었다.


섣부른 판단이었다. 꾸준히 주어지는 기회 속에 내재돼 있던 축구 센스가 깨어났다. 조금씩 머리가 아닌 발로도 공을 다루는가 싶더니, 이내 골까지 터뜨렸다. 성장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팔랐다. 결국 첫 시즌 7골 1도움을 올리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부상에서 돌아온 주전 공격수들을 오히려 밀어낼 정도였다.

3년이 지난 지금, 김신욱에겐 조롱 대신 '거신'이란 칭송 섞인 별명이 붙었다. 막강한 제공권, 왕성한 활동량에 골감각까지 보유한 공격수로 거듭났다. K리그 3시즌 연속 두 자리 골을 기록했고, 태극 마크도 가슴에 달았다. 그의 활약 속에 울산은 창단 후 첫 아시아 무대 정상에도 등극했다.


이젠 탈아시아급 선수를 꿈꾼다. 당장 6일부터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울산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 참가한다. 첫 경기 6강전에서 몬테레이(멕시코)를 이긴다면 준결승에서 첼시(잉글랜드)와 '꿈의 대결'을 펼칠 수 있다. 더불어 전 세계 축구계의 이목이 주목되는 무대다. 바래왔던 해외 진출의 기회가 무르익을 기회인 셈이다.

김신욱은 3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2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마주했다. 한 시즌을 마감하는 행사인 만큼, 마음 편하게 클럽월드컵에 대한 각오와 다짐을 풀어낼 수 있는 자리였다. 나아가 해외 진출에 대한 그의 모든 생각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날이 갈수록 쑥쑥 늘어나는 '인터뷰 스킬'은 덤이었다.


오늘 베스트11 공격수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욕심 좀 나는가
김신욱(이하 김) 내려놨다. (웃음) 데얀과 (이)동국이형이 정말 좋은 공격수이지 않은가? 올 시즌 활약도 나와 비할 바가 못된다. 내가 비디오 분석 자료를 많이 보는 편인데, 아마 여자친구 얼굴보다도 둘의 플레이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웃음) 두 선수처럼 축구하고 골을 넣고 싶다. (주: 이날 베스트11은 결국 데얀과 이동국이 수상했다. 김신욱은 12.1%의 지지율로 공격수 부문 3위에 올랐다.)


이제 곧 FIFA 클럽월드컵에 나선다. 첼시와의 대결이 기대될 텐데
물론 첼시와 만나는 것은 꿈같은 일이지만, 일단은 몬테레이만 생각하고 있다. 비디오를 보니 공격진 네 명의 수준이 굉장하더라. 반면 수비라인이나 전체 밸런스는 다소 불안정하다. 긴장해야 할 것 같다. 강한 인상을 심어주려고 헤어스타일도 터프하게 바꿨다. 중앙 수비수 두 명이 모두 188㎝이던데, 내가 8㎝ 더 크니까 공중전에서 제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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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법을 찾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울산은 무조건 철퇴축구다. 이번에 철퇴축구의 진가를 세계에 보여주겠다. 역습과 세트피스를 주무기로 삼고, 더불어 안정된 수비로 밸런스를 유지하며 승부를 보겠다. K리그와 ACL에서 보여준 기적을 클럽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울산과의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유럽 진출에 대한 욕심도 생길법한데
내가 내년에 만 스물다섯 살이 된다. 곧 군대에 가야 할 나이다. 울산도 군입대 선수가 많아 내년엔 선수단이 대폭 개편된다. 재계약을 하기에도, 해외로 나가기에도 좋은 시기 아닐까 싶다.


유럽행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따로 있나
지난해 유럽에서 이적 제의가 있었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 나보다 키 크고 힘 좋은 선수들과 붙었을 때, 내가 어떤 축구를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도전해보고 싶다. 다만 아직은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팀에 갈지 윤곽도 없다. 울산과 재계약 한다면 아마 해외진출은 군 입대 전까진 어려울 것이다.


명확한 목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이다. 그러기 위해선 뛸 수 있는 팀에 있어야 한다는 게 나만의 철칙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자꾸 중동행을 권하는데, 중동에 갈 바엔 차라리 축구를 그만두겠다. 난 아직까지 돈 때문에 축구한 적 없다. 아주 먼 훗날 중국이나 중동을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내게 너무나 중요한 시기다.


클럽월드컵이 굉장히 좋은 계기가 되겠다
세계 모든 축구 관계자의 눈이 집중되는 대회다. 에이전트나 스카우트도 엄청나게 몰린다고 알고 있다. 그곳에 우리 팀이 아시아를 대표해 나가니, 어떤 의미에선 내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출전하는 셈이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너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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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어떤 팀에서 뛰어 보고 싶은가
이건 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인데…(웃음). 팀은 그렇고 리그만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잉글랜드나 독일 무대에서 뛰고 싶다. 이유가 있다. 패스 축구는 내가 제일 잘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반면 EPL이나 분데스리가는 선이 굵은 축구를 하기 때문에 내가 가진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지 않겠나


그럼 어떤 선수의 크로스를 받아 보고 싶나
음…. 난 (이)근호형의 크로스가 제일 좋다! (좌중 폭소)


이거 유도 심문이 안 먹힌다
(웃음) 메시랑 근호형 비교했던 것 때문에 '악플'을 하도 많이 받아서 그렇다. 지난번에 퀸스파크레인저스(QPR)간다면 골 넣을 수 있다는 얘기도 원래 농담한 건데, 기사화되며 좀 와전됐었다. 내가 욕먹는 건 괜찮은데, 개인적으로 (박)지성이형한테 정말 정말 미안했다. 자칫 QPR를 비꼰 건방진 태도로 비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성이형한테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죄송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었다. (웃음)


박지성이 답장을 보내줬나?
의외로 유쾌하게 넘겨주셨다. "괜찮다. 열심히 해서 QPR에서 함께 뛰자. 임대로라도 왔으면 좋겠다"라고 답장해주셨다. 굉장히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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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힌트를 안주니, 그렇다면 롤모델이 되는 선수는 누굴지 얘기해 줄 수 있을까
쉽게 누구를 꼽긴 어렵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생제르맹)이나 마리오 고메스(바이에른 뮌헨) 같은 선수들도 잘하지만, 난 그런 선수들이 가진 재능이 없다. 절대 같은 유형의 선수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왜 그 에버턴에 머리 파마한 선수 있지 않은가.


마루앙 펠라이니를 말하는 건가
맞다. 그 선수 뛰는 모습을 몇 번 봤는데 굉장히 인상 깊더라. 장신인데 포스트플레이는 물론 미드필더 플레이도 잘하더라. 본받을만한 점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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