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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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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우리학교', 교과부 장관 고소·대선후보 질의서 등 다양한 활동 펼쳐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을 중단해 주세요. 96일째 릴레이 1인시위 참석자 박성준(회사원)씨의 모습.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을 중단해 주세요. 96일째 릴레이 1인시위 참석자 박성준(회사원)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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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죽음의 입시 경쟁교육을 중단해주세요."

폭염이 쏟아지는 2일 낮 12시,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한 남자가 서있다. 두 손에는 입시 경쟁교육 중단을 촉구하는 노란색 손팻말이 들려있다. 얼굴이며 티셔츠에는 땀이 범벅이다. 플래카드 속 '학교'라고 적힌 글자 사진에는 검은 띠를 둘러 영정 표시를 해놓았다. 1시간여를 땡볕에서 1인시위를 한 사람은 남궁정씨로 '100인 릴레이 1인시위' 97번째 인물이다.
청소년 단체 '희망의 우리학교'가 광화문 광장에서 낮 12시부터 1시까지 1시간을 돌아가며 시위를 펼친 지 오는 5일이면 딱 100일이 된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날이 더우면 땀을 흘리며 지킨 100일이다. 3일 현재까지 꼬박 98명의 사람들이 1인 시위에 동참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등 계층도 다양하다. 유명인사들도 가세했다. 정은혜 민주통합당 부대변인, 장하나 민주통합당 청년국회의원,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과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난 달 손팻말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섰다.

학생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한 것은 지난 4월23일부터다. 학교현장에서 잇달아 또래 학생들이 자살하는 것을 보다못해 학생들 스스로가 만든 최초의 학교다. 입시경쟁교육이 만연해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다는 게 학생들의 지적이다.

최근에는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두발 및 복장 규제, 야간 자율학습, 18세 선거연령 인하, 무상급식 및 무상교육 등 교육 정책 전반에 관한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기도 했다. 이중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유럽의 복지체제를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청소년들에게도 돌려주겠다"고 답변이 왔다. 이곳에서 행정업무를 지원해주고 있는 김예슬(21)씨는 "일부 후보자들이 답변이 온 내용을 정리해 6일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 말했다.
첫 발단은 이렇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자퇴한 최훈민(18)군이 1인 시위를 하다 '희망의 우리학교'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이 제안이 퍼져나가자 많은 학생들이 최 군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학교 설립과정에 도와준 학생만 300명이다. 조계사에서도 사무실 및 강의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대구나 부산 등 지역에서도 '1인 릴레이 시위'에 참가하갰다는 요청도 들어왔다.

지난 6월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일진경보제, 복수담임제 같은 학교폭력 근절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교육 당국이 학생들의 죽음을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훈민 군은 지난 100일 동안 이 장관 고발 건으로 '고발인 조사'를 받았던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최 군은 "수사관이 '희망의 우리학교'와 관련한 활동에 대해 자꾸 어느 '계열'인지, 어느 '단체' 소속인지를 물어봐서 난감했다"며 "우리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라고 대답했는데도 '어른이 물어보는데 대답을 그렇게 하냐'며 꾸짖었다"고 말했다. 이어 "100일간의 릴레이 1인시위가 끝나면 좀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이기는 날이 올까, 궁금해진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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