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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통시장 ‘환골탈태’... "여기가 시장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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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남부시장 청년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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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1.칵테일바, 보드카페, 전문한방찻집.. 흡사 대학가 골목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상점들이다. 이들을 만난 곳은 대학가가 아닌 국내 최고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 전주남부시장이다. 이 시장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젊은이들에게 창업지원을 했고, 그들이 청년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2.무빙워크 위로 카트를 밀며 장을 보는 주부들. 건물내부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다. 그가 움직인 곳은 다름아닌 전북 군산의 군산공설시장. 지난 3월 대형마트처럼 새롭게 건물을 지어 오픈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방문한 전북 군산공설시장과 전주남부시장은 각각 대형마트의 틈바구니 속에서 스스로의 방식으로 생존의 방향을 터득한 전통시장이다. 군산시장은 대형마트를 벤치마킹했고, 전주남부시장은 '젊은층 공략'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결과는 '성공'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주 남부시장에 있는 청년몰은 폐허로 남아있던 시장 건물의 2층 6개동을 청년장사꾼들이 직접 페인트 칠을 하고, 망치질해서 새롭게 만든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전주시가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고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청년 장사꾼들에게는 330여㎡의 시장 옥상 장소와 창업지원금 1000만원씩이 지원됐다.

젊은 가게 주인들이 가게를 열면서 시장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전통시장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칵테일바, 한방차, 보드게임방 등을 청년들이 운영 중이다. 아마추어의 솜씨가 묻어나서인지 전통시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대학교 주변의 카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도 많았다.
하현수 전주남부시장 상인 회장은 "청년들 스스로가 시장을 정비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전체 매출액도 올랐고, 젊은 장사꾼과 함께 일하면서 상생의 가치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 회장은 "청년몰이 열리기 전에는 50대 이상 방문자가 90%를 차지했었지만 지금은 20대들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고 전했다.

칵테일바 '차가운 새벽'을 운영하는 강나위(28ㆍ여)씨는 "시장에서 칵테일바라고 하면 새롭기 때문에 더 재밌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했다. 또 1년간 무료로 임대해주는 조건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청년몰에서 사용하는 의자와 테이블 등은 청년장사꾼들이 페인트칠하고, 재활용해 만들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1500명의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다. 5분 거리에 있는 전주한옥마을에서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전주에서 차로 1시간30분 가량 이동하면 닿을 수 있는 군산공설시장은 마치 건물 외관부터 대형마트 건물을 닮은 모습이었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여기가 전통시장 맞나?"라는 말을 연신 내던졌다. 그도 그럴것이 대형마트 같은 느낌의 편리한 주차장에 무빙워크, 쇼핑카트까지 많은 부분이 대형마트처럼 편리했기 때문이다.
▲군산공설시장 매장 내부

▲군산공설시장 매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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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장은 전통시장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인심'빼고 다 바꿨다. 인접상권에 2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매출이 격감하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군산시장은 2010년 개축을 시작해 올해 3월에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새로운 건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상품 품목이 2000~3000개 밖에 없었지만 새로 입주하면서 품목수가 8000개로 늘렸다. 품목이 다양할수록 젊은 사람이 더 찾을 것이라는 기대에 품목을 확대했고, 더 늘릴 준비를 하는 것.

흩어져 있던 업종을 한 자리에 모아 방문객들의 편이까지 고려했다. 군산시 한 관계자는 "상인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물건을 사러오는 소비자기 때문에 업종을 모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장 측은 경쟁력을 위해 80대 이상 나이가 많은 상인들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또 건물 3층에는 여성교육장을 마련해 반찬 만들기, 컴퓨터, 통기타 등 주부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창호 군산공설시장 상인회장은 "군산시가 공설시장 상인들을 위해서 노력해준 만큼 우리도 노력하겠다"며 "군산공설시장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전통시장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군산(전북)=이현주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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