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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이제 7주만에 '뚝딱'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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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90% 제작한 '모듈러 주택' 쌓기만 하면 완성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조립 라인을 따라 구조체가 될 철재에 볼트를 넣을 수 있는 구멍이 뚫려진다. 곧이어 옆 라인에는 철재 기본구조체에 단열재 및 차음재 등이 덧입혀지면서 직사각형의 '모듈(module)'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완성된 모듈 안에는 내부 마감재와 화장실, 보일러실까지 갖춰진 하나의 완벽한 주거 공간이 들어있다. 한 시간에 한 개의 모듈을 만든다고 하니, 하루 8시간 작업을 진행할 경우 도시형생활주택 한 동이 '뚝딱' 만들어지는 셈이다.

자동차 조립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은 바로 포스코A&C의 천안 공장. 지난 2월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A&C가 천안에 공장을 열고 본격적인 모듈러 주택 생산에 나섰다. 모듈러 주택이란 부품을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 조립 후 현장에서 설치하는 공업화 주택을 말한다. 포스코A&C는 지난 5년간 각종 테스트 등을 거친 끝에 국내 모듈러 주택에도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실례로 모듈러 주택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블록을 쌓아서 마치 '레고'처럼 짓기 때문에 짧은 공사기간과 원가절감이 이뤄지는 강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완성된 모듈러를 현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설치하는 모습.

공장에서 완성된 모듈러를 현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설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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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단축+원가절감+에너지효율'까지 3 in 1=최근 1~2인 가구를 겨냥한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인기를 얻으며 모듈러 주택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를 예견하듯, 포스코A&C는 호주와 러시아의 해외 주거단지를 모듈러 공법으로 수주했으며 이미 호주 광산 노동자를 위한 숙소에는 각종 빌트인 제품까지 넣은 완제품을 수출했다. 또 최근 포항과 광양 일대에선 4층 규모의 모듈러 기숙사를 완공한 데 이어 6월께는 강남구 청담동에 사원숙소인 이동식 모듈러 주택 20가구를 건립할 예정이다. 연내 수도권지역에 100호 규모를 추가 시공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선재 포스코A&C 전무는 "모듈러 공법은 기본골조와 냉난방, 전기배선, 온돌 등이 모두 설치된 모듈을 공장에서 만든 뒤 현장으로 옮겨서 설치하는 공법으로 전체 공정의 약 90%가 끝난 상태로 반입돼 현장에서 마감 시공이 이뤄진다"며 "이러한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된 주택은 공사기간이 짧고 원가절감이 대폭 이뤄진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즉, 기존 주택을 짓는데 6~8개월 가량이 걸리지만 모듈러 주택은 공장생산에서 현장시공까지 7주~9주면 지을 수 있다.

공사기간은 짧지만 철골구조로 지어져 일반 콘크리트나 목조주택에 비해 자연재해에 안전하며, 50~60년이 넘는 내구성을 갖고 있다. 이 전무는 "에너지 절감 부분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며 "외단열과 함께 시스템 창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샐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공장에서 사전 제작되므로 건축 폐기물도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철거 시 사용했던 모듈을 해체해 다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청담동에 마련되는 18가구 규모의 포스코A&C 직원 숙소. 5년간 임대 후 개별 주택을 분리해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청담동에 마련되는 18가구 규모의 포스코A&C 직원 숙소. 5년간 임대 후 개별 주택을 분리해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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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처럼 '땅'만 있으면 어디든 이동 가능=상황에 따라 주택이동이 가능하다. 집을 헐고 다른 곳에 지어야 하는 경우, 기존 집을 그대로 떼어 옮길 수 있다. 최대 90%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르면 다음달 말 청담동에 들어서게 되는 포스코A&C의 기숙사는 총 18명이 거주가 가능하다. 땅주인에게 5년간 임대를 하고 현재 부지를 고르고 있다. 천안 공장에서 만들어진 모듈을 옮겨다가 철골프레임에 맞춰 주택을 끼운 후 계단을 넣으면 완성이다. 5년간 이곳에 있다가 재임대를 선택하거나 다른 곳에 부지를 얻어 이동할 수 있다.

남기석 포스코A&C 상무는 "유휴지나 시유지 등 일정기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엔 모듈러 주택을 이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또 해당부지를 사용하게 되면 다른 부지로 주택을 해체시켜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서울 SH공사의 경우 모듈러 주택에 대해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주택공급가격도 일반 철근콘크리트(RC)구조보다 낮다. 포스코A&C의 3.3㎡당 건축비는 현재 400만원대 후반이다. 통상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단독주택 비용인 6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저렴한 편에 속한다. 이 가격을 300만원대 중반까지 더 낮춘다는 것이 포스코A&C의 계획이다. 공기 단축으로 인건비와 가설공사비를 최소 5%, 간접비는 최대 10%를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듈러 주택은 日이 한 수 위"=자원 재활용이 높다보니 일본에서는 중고차 시장처럼 중고 모듈러 주택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만큼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창 꽃축제가 열리고 있는 일산 꽃박람회장에는 ES하임의 친환경 샘플 주택 '도마니'가 지어져 있다. 이 회사 주택은 일본의 주택메이커인 세키스이 화학공업이 일본에서 만든 주택을 선박으로 들여와 설치한 것이다. 특히 라멘(기둥식)구조를 골조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강한 내구성을 갖고 있다.

김준범 ES하임 대표는 "일본은 수십년 동안 모듈러 주택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이분야에서 30년 이상 앞서 있다"면서 "현재 태국에 부품공장을 만들고 조만간 국내에도 자재 공장을 만들어 기술이전을 통해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열손실이 거의 없고, 건축물 폐기물 등이 적은 공업화 주택은 앞으로 더 활성화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정부 역시 모듈러 주택을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모듈러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단독주택에 대한 공업화주택 인정기준 마련과 모듈러주택 건설공법 다양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 모듈러주택 인정기준도 간소화해 모듈러주택 활성화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건설 근로자들이 야외 현장이 아니라 실내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는 등 주택업계의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정부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R&D를 적극적으로 지원을 한다든지 모듈러 주택이 실제로 시공 되는 데 있어서 건축법, 주택 관련법 등의 제약요인들이 없는 지 등을 적극 찾아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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