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리니언시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선 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외 업체들과 LCD패널 공급 가격을 담합했다 적발됐지만, 자진신고로 961억원의 과징금을 면제받는 등 세 차례나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과징금 부담을 덜었다. 생명보험 3사의 보험료 담합과 정유업계의 기름값 담합 사건에서도 과징금을 가장 무겁게 부과받은 기업들은 리니언시 제도로 실익을 챙겼다. 리니언시 제도가 '대기업의 담합 면죄부'라는 여론이 들끓은 이유다. 공정위는 올해 1월부터 이렇게 담합과 자진신고를 반복하는 기업에 관용을 베풀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는 5년 동안 단 한 차례만 리니언시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를 인정하면서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했지만, 이 제도는 '필요악'이라며 운영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기업 사이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하자면 내부 제보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978년 미국이 처음 도입한 리니언시 제도는 유럽연합 등 40여개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제도를 들여왔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된 이후 국제 담합사건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 돼서다.
하지만 공정위의 리니언시 제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담합이 근절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조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고 자진신고한 기업은 가중처벌하거나 EU처럼 매출액 규모가 큰 대기업은 과징금을 추가로 물리는 등 세부 보완책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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