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몇 개나 같이 돌릴까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1인당 6개.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공모 펀드를 기준으로 평균 6개나 되는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게다가 공시의무가 없는 사모펀드를 포함하는 이 수치는 훌쩍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동시에 여러 개의 펀드를 운용하다보면 운용에 소홀한 펀드들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너무 많은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공모 펀드는 총 3704개, 펀드매니저는 597명으로 펀드매니저당 평균 운용펀드는 6.2개다. 대형사의 경우 이 수치가 더 높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수탁고 규모(공모기준)가 10조원이 넘는 6개 자산운용사 중 4곳의 펀드매니저들은 평균 10개 이상의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공시 의무가 없는 사모펀드를 포함하면 상황은 더 안 좋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국내 펀드매니저의 1인당 운영 펀드 수는 평균 8.5개에 달했다. 공모 펀드만을 따지면 6개에 불과하지만, 공모와 사모펀드를 모두 합쳐 계산하면 펀드매니저 1인당 운용하는 펀드는 평균 8.5개가 되는 것. 매니저들이 평균 10개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는 곳도 60여개 운용사 중 21개사에 달했다. 한 펀드매니저의 경우 무려 51개의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모펀드의 수가 최근 급증세에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08년까지 공모펀드보다 수가 적거나 비슷했던 사모펀드가 2009년부터는 공모펀드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 것. 2008년을 기점으로 공모펀드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사모펀드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8월말 기준 공모펀드는 3613개였던 반면 사모펀드는 6034개나 됐다.

매니저 1인당 펀드 수가 너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운용에 소홀한 펀드가 생기게 마련이고, 이는 투자자의 손해로 이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당국도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소규모(자투리)펀드 정리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창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펀드매니저당 펀드 수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자산운용사에서는 여전히 펀드매니저가 과도하게 많은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3명 이상의 펀드매니저가 하나의 펀드를 운용하는 해외 사례와 대비되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재우 기자 j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