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들, 환율 덕에 웃는다
IFRS 도입 효과 이익 늘어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해운사들이 지난 3분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과 함께 허용된 '외화 기능통화제' 덕분에 상당한 규모의 외화관련 이익을 챙긴 것.
15일 한국거래소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해운사들은 기능통화제의 수혜로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1500억원 이상의 외화관련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이 168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진해운 1597억원, STX팬오션 364억원, 대한해운 33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선박을 조달하거나 운송 계약을 맺으며 생기는 자산과 부채, 비용과 매출이 대부분 외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화를 기능통화로 설정했다. 이들은 따라서 여타 기업과는 달리 달러화 환산손익을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원화 부채는 달러화로 환산해 손익을 따지게 됐는데, 여기에서 외화관련 이익이 났다. 환율상승으로 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 것.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분기 1139원에서 올 3분기에는 1180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외화 부채가 많아 기능통화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였던 대한항공은 오히려 외환관련 순손실 7710억원을 기록,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금융 제외) 가운데 가장 높은 환율 충격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기능통화를 달러화가 아닌 원화로 계속 설정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달러화 보다는 원화 통화량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환관련 손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의 경우 항공기 구매 및 리스 비용을 달러화로 결제하지만 영업 매출은 현지 통화로, 인건비는 원화로 결제하고 있다.
다만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화 기능통화제의 적용은 기업의 실질적인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재무제표상의 변화에 불과하다"며 "3분기의 환율급등세가 4분기에는 누그러지면서 장부상의 효과도 희석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가장 많은 외화관련 순이익을 낸 상장사는 대우조선해양으로, 1828억원을 기록했다. 동종업계의 경쟁사 삼성중공업(526억원), 현대중공업(405억원)에 비해 규모가 크다. 원화를 기능통화로 사용하는 대우조선해양은 달러화 자산이 7조7908억원으로 부채(3조3929억원)의 두 배 가량 많아 평가이익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
☞기능통화제 =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화(원화, 달러, 위안화, 엔화 등)로 기중에 장부를 작성한 뒤 결산일에 보고통화(원화)로 환산해 표기하는 제도다. 원화거래가 많은 기업은 기능통화와 보고통화 모두 원화를 쓰기도 한다. 과거의 경우 외화자산에는 취득당시 환율을, 부채에는 기준환율을 각각 적용해 외화환산손실이 빈발했으며,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기능통화제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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