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키우는 '서술형 평가' 어떻게 나오나?
여러 가지 가능성과 답을 찾도록 하는 창의성 교육 위해선 '서술형 평가'로 가야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창의적 사고 능력은 경험하고 훈련함으로써 키울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르면 '창의력 교육'이란 '하나의 정해진 지식을 알아 그것을 찾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가능성과 답을 찾도록 하는 교육'으로 정의할 수 있다. 창의력 교육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평가 역시 중요하다.
올해부터 서울과 경기도교육청 등을 중심으로 초ㆍ중ㆍ고교 '서술형 평가'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평가방법의 혁신을 통해 학교의 수업까지 변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전국 최초로 모든 문제가 서술형으로 출제된 '창의ㆍ서술형 평가'를 치르기도 했다.
고성욱 서울 윤중초 교장은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지식과 정보를 지니는가 보다 얼마나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로 실현시킬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고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라며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평가의 목적을 학생의 성적 산출이 아니라 학생이 교육목표를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경기도교육청에서 만든 예시자료집에 실린 문제를 예로 살펴보도록 하자. 고등학교 2학년 '작문'에서 출제된 이 문항은 '제25회 대한민국 공익광고대상 학생부 최우수상 수상작'인 광고 포스터를 보여주고 '조건'에 맞춰 표제를 작성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다.
이 사진은 자동차에 탄 채 손잡이를 꼭 쥐고 있는 어린 아이의 팔뚝을 튼튼한 근육을 가진 남성의 팔뚝과 합성한 작품이다. 사진 아래에는 '차만 타면 변하는 우리 아빠. 수현이가 얼마나 불안한지 아세요? 뒷좌석에 앉은 수현이 얼굴을 떠올리며'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학생들은 문제에서 제시한 2가지 조건인 '비유적으로 표현하되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함께 드러낼 것','표제를 작성한 이유를 주제와 관련해 설명할 것'을 모두 충족시키는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예시답안으로 '아빠 차만 타면 수현이는 근육맨이 됩니다' 또는 '아빠 차는 롤러코스터입니다'를 제시하면서 근육맨 대신 강호동이나 헐크 등 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선택해도 정답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표제를 작성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속이나 난폭운전 때문에 수현이가 아빠 차만 타면 힘들다는 내용을 근육맨이라고 비유했다' 또는 '과속이나 난폭운전으로 인해 수현이가 아빠의 차만 타면 불안하고 무섭다는 내용을 롤러코스터로 비유했다'고 서술하면 된다.
이처럼 서술형 문항은 학생들이 문항이 지시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문제를 깊게 또는 넓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의 자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의력, 표현력, 문제해결력을 측정하는 데도 보다 효과적이다. 반면에 채점이 어렵다는 점은 서술형 평가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채점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채점자 간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이 예시문항을 채점할 때도 '유의사항'이 많다. '예시답안 이외에도 '조건'에 맞는 경우는 협의를 통해 정답으로 인정한다'거나 '광고의 특성상 문법을 파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 정답의 인정 범위를 조절한다' 등 채점 과정에서 교사들이 합의해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서술형 평가를 채점할 때는 기본 원칙인 '포괄성'과 '배타성'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포괄성'이란 채점기준을 설정했을 때 학생들이 제시한 답안상의 반응을 모두 포함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하며, '배타성'이란 채점기준의 범주 혹은 수준 구분이 서로 겹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중초 고 교장은 "채점 상의 어려움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평가가 교육현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현실에서는 서술형 평가의 활성화가 교실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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