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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벗는 대본 보고 겁났어요 - '완벽한 파트너' 김산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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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벗는 대본 보고 겁났어요 - '완벽한 파트너' 김산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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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처음에 시나리오가 잘 못 온 줄 알았어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홀딱' 벗은 채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노출 연기를 떠올리니까 겁부터 벌컥 났습니다. 전적으로 박헌수 감독님('구미호' '주노명 베이커리')의 "내가 널 선택했으니까 넌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영화에 출연하게 될 거야."라는 '협박'에서 확신을 가졌다고나 할까요?"

착각할 만도 했다. 여러 뮤지컬과 TV 드라마에서 언제나 반듯한 '바른 생활' 청년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김산호는 그의 통산 세 번째 영화 출연작 '완벽한 파트너'(㈜영화사참ㆍ락시픽쳐스, 11월 17일 개봉)에서 '아낌 없이' 벗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함께 연기해야 하는 상대 배우는 띠 동갑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대선배 김혜선이다. 김산호는 연기는커녕 실제로도 해본 적 없는 '기이한' 여러 정사 장면을 김혜선과 함께 올 누드로 펼쳐야만 했다. '완벽한 파트너'는 두 중년과 두 청년, 이렇게 네 남녀가 벌이는 질펀한 섹스 좌충우돌기를 통해 현대인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설파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극 중 김산호는 천재기 다분한 20대 초반의 요리사 지망생 민수로 분해 슬럼프에 빠진 국내 최고 요리연구가 희숙(김혜선 분)에게 온 '마음'과 '몸'을 다 바쳐 요리에 관한 새로운 영감을 샘솟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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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양반' 김산호에게는 김혜선의 물불 가리지 않는 연기 열정이 큰 동기 부여가 됐다. 1989년 연기자로 데뷔한 후 올해로 연기 경력 23년 차인 김혜선도 '완벽한 파트너'로 첫 전라 노출 연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놨다. 출연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하지 말라는 것까지 다 하겠다"는 김혜선의 충격 선언은 김산호에게 일종의 '압력'인 동시에 선배가 후배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어시스트'였다. 극 중 아버지로 그 역시 엄청난 수준의 노출을 감행한 배우 김영호의 "의미 없이 벗는 것이 아니라면 배우는 벗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충고는 연기 7년차 배우 김산호의 묘한 승부욕을 자극했다. 다행히 성공적이다. 물론 '완벽한 파트너'의 많은 부분들은 '울렁울렁'대는 뜨거운 살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에로'가 아닌 '코믹'에 방점이 찍혀 있는 탓에 그리 야하게 보이지 않으며, 김산호와 김혜선 사이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화학 반응은 자칫 옆길로 샐 수도 있었던 드라마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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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ㆍ손태영과 함께 출연한 영화 데뷔작 '기다리다 미쳐'(2008)를 합쳐 김산호는 '완벽한 파트너'까지 고작 세 편의 영화를 찍었을 뿐인 신인 배우다. 그러나 뮤지컬 쪽으로 가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고향인 충청남도 천안을 떠나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입학한 김산호는 군 제대 후 창작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주연 '무휼' 역할로 화려하게 뮤지컬 계에 등장했다. 그를 연기자로 '픽업'한 사람은 한국 뮤지컬 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하는 이지나 연출가다. 이지나 연출가는 무휼과 김산호의 얼굴이 겹쳐지는 백일몽을 꾸고 김산호가 제대로 된 '떡잎'임을 깨달았다. 순진무구한 소년의 얼굴이지만 전쟁터에서 적장의 목을 베어야 하는 강인한 골격의 몸과 비장한 분위기의 무휼은 김산호에게는 맞춤 캐릭터였다. 이후 김산호는 거칠 것이 없었다. 스테디 셀러 뮤지컬 '그리스'의 대니를 시작으로 '쓰릴미' '판타스틱스' '뮤직 인 마이 하트' '늑대의 유혹' '젊음의 행진' 등 라이선스와 창작 뮤지컬을 종횡무진하며 김산호는 한국 뮤지컬의 대표적인 아이돌 스타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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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른 한 살. 김산호는 연기자로서의 자신의 장점을 고민한다. 물론 동안(童顔)이나 작은 얼굴, 큰 키와 근육질 몸매 등 외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뮤직 인 마이 하트' 원미솔 음악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제 연기가 능숙하지는 않지만, 볼 때마다 항상 긴장감이 묻어난다고요. 기술적인 부분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어떤 역할을 하던지 그 역할에 진실하고 진지하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마흔 살을 넘기면 능숙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웃음)" 지나치게 겸손한 발언이다. '완벽한 파트너'의 민수에게선 진실함과 진지함에 더해 '능글'한 능숙함도 감지되고 있는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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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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