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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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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이것이야말로 표적 판결 아니냐. 결론을 내놓고 검찰의 증거를 하나씩 조각내서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성토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가 아니라고 하면 법원이 일부러 눈감으려 한 것 아니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기소과정을 지휘한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참았던 불만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았다는 A4용지 4장 분량의 공식 반박문까지 냈다.
1일 검찰청사에서 벌어진 이 소동을 보고 기자는 법원과 검찰의 미묘한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법원은 형사소송은 물론 민사와 행정소송의 판단을 책임지는 최고 사법기구다. 검찰은 어떤가. 다툼의 한 당사자다. 검찰의 의견은 법리적 다툼의 한 일방에 불과한 것이다. 불만이 있다면 소명되지 않은 혐의에 대한 추가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증거를 보완하면 그뿐이다. 판단은 전적으로 법원의 몫인 것이다.

소송의 한 당사자에 불과한 검찰이 변호인을 무시하고 법원과 대등한 위치에서 판단에 가까운 성토를 법정 밖에서 벌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구심이 들어 하는 말이다.

검찰이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성토에 앞서 자신들의 수사부터 되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검찰이 주장하는 객관적 정황이란 것이 국무총리를 역임한 '프로' 정치인이 자신의 집 앞 대로변에 직접 차를 끌고 나가 돈을 받았다는 것인가. 오히려 한 전 총리 계좌에 입금된 돈과 아들의 유학자금 등에 대해 명확한 출처를 밝혀내는 것이 객관적이다. 돈을 줬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객관적 증거도 없이 재판부가 '그 돈이 받은 돈'이라 인정할리 만무하고, 입증의 책임은 당연하게도 검찰에 있다.
증거가 없다는 것은 결국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미다. 검찰은 법원을 비난하기 앞서 기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지금처럼 기싸움만 벌인다면, 내년 총ㆍ대선을 앞두고 사정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정치적 비난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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