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사 차장이 말하는 진짜 투자자 이야기
잦은 거래 피하라, 과감히 손절매 하라, 거품을 노려라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5억이 금새 10억이 되고 수십억이 수백억이 됐다. 10억 자산가가 순식간에 봉제공장 직원으로 전락했다.
박진호(가명) 차장의 이야기 속에는 선물투자로 인생을 일으킨 사람이 있었고, 선물투자로 인생을 잃은 사람이 있었다. 그가 털어놓은 투자자 이야기는 자연스레 살아있는 투자지침서가 됐다.
◆잦은 거래는 피하라= 남대문 근처 환전소 사장이었던 A씨. 환율을 보면서 자연스레 국내 원·달러 선물거래를 시작했고 몇년만에 5억원을 날렸다.
A씨는 외국 상황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는 국내 원·달러 선물시장이 너무 답답했다. 국내 원·달러 선물은 매일 오후 장이 마감하면 더이상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 불만에 차있던 A씨가 찾은 활로는 해외선물 시장. 하루종일 언제든 원하면 거래를 할 수 있는 해외선물 시장은 그에게 새로운 세계였다.
A씨는 해외선물에 눈을 뜬지 몇 달만에 지난 몇 년간 잃은 5억을 복구했다. 1년이 채 못돼 5억은 10억이 됐다. 하지만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성공했던 기억에 포지션 청산 타이밍을 놓치면서 강제청산 당하기를 수차례. 그는 지금 남대문을 떠나 경기도 인근의 봉제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박 차장은 A씨의 실패 원인으로 너무 잦은 거래를 즐겼던 투자스타일을 꼽았다. "A씨가 우리에게 낸 수수료만 3억여원 가량은 되는 것 같다"면서 "한때 골프접대까지 했을 정도로 그는 우량고객이었다"고 A씨를 추억했다.
선물거래 수수료는 대략 계약당 10달러 수준. 하루에 10계약만 사고 팔아도 200달러다. 레버리지가 커 사고파는 돈에 비해 적은 금액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수수료가 수익률을 깎아먹고 투자자 손실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박 차장은 "선물사가 수수료를 받아먹고 산다지만 너무 잦은 거래는 만류하는 편"이라면서 "너무 잦은 거래로 깡통계좌를 만들고 사라지는 단기 고객보다는 꾸준한 거래를 해주는 고객이 선물사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감히 손절매하라= 10년 넘게 선물투자를 하고 있는 치과의사 B씨. B씨는 주문을 체결하면 늘 스탑주문을 함께 한다. 1000원에 매수하면 800원에 포지션청산(매도)주문을 함께 걸어놓는 식이다. 일정수준 이상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자동으로 포지션을 청산할 수 있도록 해둔 것이다.
박 차장은 "손절매를 잘해야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다"면서 "B씨가 10년 넘게 투자를 해올 수 있었던 이유도 늘 함께하는 스탑주문 덕분"이라고 말했다. 손해를 보면서도 팔 수 있어야 이익이 날 때 멈출 수도 있는 법이다.
스스로 손절매 주문을 낼만큼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B씨처럼 미리 스탑주문을 함께 내는 것도 과감한 손절매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거품을 노려라= 강남 개인투자자 C씨. 박 차장은 그를 헤지펀드라고 불렀다. C씨는 거품이 꺼지는 타이밍을 노려 매도주문으로 큰 돈을 버는 스타일이다.
그는 지난해 초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었을 때 원·달러 선물 매도포지션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원달러 선물은 40원만 움직여도 두배가 된다. C씨는 아직도 그때 매도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때 수십 억원은 이미 수백억원이 됐다.
박 차장은 "거품을 노리라는 말은 그만큼 길게 보라는 말"이라며 "여유를 가지고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고 했다. C씨는 자주 거래하지 않는다. 한동안 연락이 뜸하다가 가끔 나타나서는 큰돈을 투자해 더 큰 돈을 벌어간다고 한다.
박 차장은 "충분한 증거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적절한 규모의 거래를 통해 길게 갈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부자가 아니면 길게 보고 여유를 가지고 투자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선물투자는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수백만 원을 가지고 수천만 원을 투자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때문에 증거금이 넉넉하지 못하면 장중 등락 방향만 잘못 움직여도 금방 80%의 손실을 입고 자동청산되기 십상이다. 부자가 아니면 돈 벌기 어렵다는 말은 여기에서도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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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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