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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 모기지 몰락 미리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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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모기지 시장은 완전히 끝났다. 불쌍한 대출자들..’

골드만삭스의 부채담보부증권(CDO) 사기 논란이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2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상설 조사소위원회가 골드만의 관련 내부 이메일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파브리스 투레 골드만삭스 트레이더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의 몰락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3월 투레가 골드만 뉴욕 지사의 부사장을 역임하며 모기지 관련 증권 거래 업무를 맡았을 당시 여자친구에게 “모기지 담당 대표 댄 스팍스의 말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은 완전히 끝났고, 불쌍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얼마 더 못 견딜 것 같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는 골드만이 시장 몰락을 예상하고 채권 가격 하락에 베팅한 내부자 거래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린 반면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투레는 또 2007년 1월 작성한 메일에서 자신이 설계한 구조화 증권에 대해 “특별한 목적은 없고, 완전히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것”이라며 “그것이 몰락하는 것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프고, 마치 창조주에게 반기를 든 프랑케슈타인 같다”고 말했다. 한 때 상당한 수익을 올려준 구조화증권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안겨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목적은 없고 이론적인 것일 뿐’이라는 그의 표현에서 이를 설계한 월가 엘리트들의 무책임함을 엿볼 수 있다.
같은 해 6월, 투레는 여자친구에게 이메일로 방금 벨기에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눈먼 투자자들(widows and orphans)에게 아바쿠스 채권을 팔아 넘겼다”고 전했다. 아바쿠스는 골드만삭스가 만든 CDO 상품의 이름. SEC는 골드만이 디폴트 위험이 높은 부실 자산을 기초로 아바쿠스를 발행한 뒤, 이 상품에 하락 베팅한 투자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투자자들에 매각해 손실을 입힌 사실을 문제 삼고 있다.

또 골드만 임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이 몰락하면서 골드만이 오히려 수익을 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도 공개됐다. 데이비드 비니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7월 발송한 이메일에서 “골드만이 모기지 시장 하락에 베팅, 5100만달러의 이익을 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도 2007년 11월 이메일에서 “모기지 사태로 돈을 잃었지만 그 후 더 많은 수익을 숏 포지션(하락베팅)을 통해 벌었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위원회가 입맛에 맞는 메일 내용만을 선별적으로 골라 자신들을 몰아세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블랭크페인 CEO가 참석하는 미 의회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이런 내용의 메일이 공개된 것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위원회가 여론몰이를 통해 결론을 미리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골드만삭스 측은 2006년 12월 무렵부터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골드만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비니어CFO는 2006년12월14일 잠재적인 서브프라임 손실 위험 노출을 낮출 것을 리스크 매니저들에게 요구했다.

또 스팍스 대표는 2007년 2월22일 그의 팀원들에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관련 증권을 모두 매각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골드만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회사측도 확신할 수 없었다며 사기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골드만 사태로 미국 시장의 금융규제개혁은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이번 일이 '반 월가' 정서를 자극해 규제개혁 반대 목소리가 꼬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가디언지에 따르면 헤리 레이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른바 '볼커법'이라 불리는 규제개혁안에 대한 표결을 26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민주당 59석, 공화당 41석으로 법안통과에 유리한 슈퍼 60석은 무너진 상태지만 백악관이 이번 사태를 틈타 1명의 의원을 찬성 쪽으로 끌어들일 경우 의사진행방해 없이 몇 주 내로 이를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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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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