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후 10년…이세돌·이창호 "인간은 질문해야 한다"
"정답보다 중요한 건 자기 질문"…AI 시대 인간의 경쟁력 조명
"AI가 더 빠른 답을 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물을지, 어떤 답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알파고 충격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했던 한국 바둑의 두 거장 이창호 국수와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역할과 미래 경쟁력을 놓고 한 무대에 섰다.
UNIST GRIT인재융합학부 오픈스테이지 토크콘서트 '반상 위로 먼저 온 미래 이창호·이세돌이 전하는 AI 시대의 한 수'에서 이세돌 교수(왼쪽)와 이창호 국수가 발언하고 있다. UNIST 제공.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UNIST 오픈스테이지(Open Stage) 1' 토크콘서트에서 한국 바둑의 두 거장은 AI 이후 인간에게 필요한 판단력과 창의성, 끈기의 의미에 대한 소신을 풀어냈다. 행사 주제는 '반상 위로 먼저 온 미래: 이창호·이세돌이 전하는 AI 시대의 한 수'였다. 학생과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두 사람은 바둑의 수읽기와 복기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만의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UNIST가 첫 공개 무대의 소재로 바둑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둑은 인간이 AI에 처음으로 정면 충격을 받은 상징적 분야다. AI는 포석과 복기 방식, 훈련 문화는 물론 '좋은 수'에 대한 상식 자체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AI가 정답을 더 잘 찾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이해하고 다시 질문하는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답 보는 것과 이해하는 건 다르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 국수는 흔들림 없는 집중력과 정교한 형세 판단으로 '돌부처'라 불렸고, 이 교수는 직관과 파격적 승부수로 바둑판의 흐름을 뒤집는 기사로 평가받았다.
이 국수는 "좋은 수는 흔들리는 순간에 나온다"며 "끝까지 생각하고 버티는 시간이 결국 실력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창의적인 수는 갑자기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없이 실패하고 부딪힌 시간 위에서 나온다"며 "남이 보지 못한 길을 보려면 자기만의 질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AI를 단순한 승패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로 바라봤다. AI가 더 많은 답을 보여줄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 답을 자기 판단으로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AI가 강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그 답을 보고 무엇을 다시 질문할 수 있느냐"라며 "낯선 상황에서도 자기 생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국수 역시 "정답을 보는 것과 그 정답에 이르는 길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며 "AI가 좋은 수를 알려줘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고 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 질문의 시작"
대담은 실패와 재도전의 의미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정상에 오른 뒤에도 슬럼프와 패배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이 국수는 "이긴 판보다 진 판이 더 오래 남는다"며 "아픈 패배를 외면하지 않고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다음 승부를 만든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며 "중요한 건 거기서 멈추느냐, 다시 다음 수를 찾느냐"라고 했다. 이어 "학생들이 실패를 끝이 아니라 다음 질문의 시작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UNIST가 신설한 'GRIT인재융합학부'의 교육 철학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GRIT인재융합학부는 학생이 기존 학과에 먼저 소속되는 대신 자신의 연구 질문과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학업 경로를 직접 설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김철민 UNIST GRIT인재융합학부장은 "AI 시대에는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 못지않게 정답이 없는 영역을 견디고 질문을 설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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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래 UNIST 총장은 "대학은 학생이 자기 질문을 만들고 실패를 견디며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며 "이번 행사는 인간 고유의 끈기와 창의성, 판단력이 미래 인재의 핵심 조건임을 보여준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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