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판막이 제대로 열리고 닫히지 않으면 심장은 선택권이 별로 없었던 시대가 있었다.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판막치환술'이 최선으로, 검증된 수술이긴 하나 계속 혈전제를 복용해야 하고 출혈위험도 따랐다. 때문에 송 교수는 인공판막을 쓰지 않고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독자적인 수술법(카바ㆍCARVAR)을 개발했던 것이다. 자신이 창안한 수술법과 스스로 고안한 의료기로 큰 돈을 벌었고, 10여년간 모았던 재산을 사후 기부하기로 결정했던 의인이기도 하다.
그 지적이 양심선언이냐 동료의 배신이냐의 갈림길에서 해고통보를 받은 두 교수. 나아가 수술 중단을 권고하는 의료단체의 의견까지 겹치며 점입가경이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될 기관들까지 송 교수의 반대편에 선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추정대로라면, 한때 기술이전을 애걸했던 판막회사가 배후조종 의심을 받을 만하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의 CE인증을 받은 그의 '카바 세트(CARVAR SET)'란 의료기를 두고 해석차이가 분분하다. 건강보험 적용의 근거로 할 수 있는지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약 환자가 매주 20여명에 이를 만큼 명의로 알려져서 시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가 취할 행보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당장 생명에 위협을 받는 심약한 환자들의 심장이 떨고 있는데, 길게 논쟁하는 것은 한가한 공방일 뿐이다. 결과적으론 수술방식이 아니라 시술받은 당사자의 후유증 유무가 핵심이다.
반면 올해 송 교수의 수술과정에 참관했던 외국인 의사 6명의 평가는 찬사일색이다. 그들은 동물실습과 수술 참관 등 판막 성형수술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세계 심장판막 수술의 판도를 뒤바꿀 신기술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또 하나의 '한류수술' 가능성을 예감했다. 그러나 검증을 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란 단서를 붙여 시술을 잠정 중지하는 게 좋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송 교수를 둘러싼 삿대질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러잖아도 두려운 마음으로 수술실에 다가설 환자들의 심장박동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는 게 진정 의도(醫道)를 구현하며 같이 사는 길이다.
이미 무소유의 길을 걷기로 공언했던 송 교수의 자존심에 난 상처가 결코 작진 않으리. 오직 국민을 믿고, 수만명 심장병환자들의 불안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보면 열린 마음으로 제3의 검증라인에 서는 것이 죄 없는 심장을 위한 대승적인 자세가 아닐까. 심장은 진실을 알고 있다.
시사평론가
꼭 봐야할 주요뉴스
판사 출신 변호사 "민희진이 배임죄? 오히려 방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