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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모바일코리아'...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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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신발끈을 동여맸다..스마트폰과 SW가 경쟁의 키워드

[아시아경제 조성훈 기자]모바일코리아에 '적색등'이 켜졌다.

세계 2, 3위 휴대폰 제조사를 보유하던 모바일 강국의 위상은 이제 스마트폰시대를 맞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근본적 인식의 전환과 대책 마련없이는 자칫 모바일코리아호(號)가 항로를 잃고 표류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애플발 스마트폰 폭풍이 그 진원지다. 애플은 아이폰에 이어 태블릿 기기인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여름 아이폰 4세대 모델에 탑재될 아이폰 OS 4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새 사용자환경(UI)과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도구와 모바일 광고기능으로 무장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며 격차를 벌리고 있음이 재확인된 것이다.
이는 사실상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과 LG에는 악재와 다름없다. 내가 열심히 달려나가면 경쟁사들도 저만치 더 앞서가는 이른바 '공진화(共進化ㆍcoevolution) 현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마치 삼성전자가 반도체산업에서 일정주기로 수조원 규모의 차세대 설비투자를 통해 경쟁사들의 추격 의지를 누르면서 우위를 점해온 패턴과 마찬가지다.

지난해초만 해도 휴대폰 최강자 노키아마저 추격권에 두고 전세계 휴대폰시장을 호령해온 모바일 코리아의 두 주역 삼성과 LG는 이제 애플의 도약과 구글의 선전을 하염없이 바라만 볼수 밖에 없는 초라한 처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 거침없는 애플 신드롬
애플의 세 확산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어중간한 IT기기로 주목받지 못할 것'으로 폄훼돼온 아이패드는 예상과 달리 출시 1주일만에 50만대가 팔렸고 베스트바이 등 주요 매장에는 제품이 동이 났다. 재고가 달려 애플은 이달말이던 해외출시일정마저 5월말로 한달간 연기했을 정도다.

낙관적으로 봐도 연내 700만대정도라던 판매예상치는 이제 100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앱스토어 아이폰앱은 이제 20만 고지를 바라보고 있고, 아이패드전용 앱도 며칠만에 3500여개로 늘어나며 사업성을 확인한 콘텐츠와 SW사업자들을 운집시키고 있다.
실제 ABC방송이 내놓은 아이패드앱은 10일만에 20만 다운로드, 65만회 방송스트리밍을 기록해 적어도 수 백만달러의 광고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

올 여름께 나올 아이폰 4G에 탑재되는 OS 4용 애플리케이션 개발툴(SDK)은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경지의 애플리케이션을 쏟아낼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팟(MP3)와 아이폰(스마트폰), 아이패드(태블릿)라는 IT기기의 3각편대에 '아이튠스-앱스토어-아이북스'로 이어지는 독자적 콘텐츠의 생태계를 조성하며 HW와 SW의 선순환구조를 완성시켰다. 이를 통해 지난해 애플은 2.7%라는 미미한 휴대폰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4분기 영업이익은 판매량이 13배 많은 노키아의 두배, 삼성전자의 4배에 달하는 가공할 수익성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주요 기업은 물론 정부기관마저 애플 아이폰용 앱을 구글 안드로이드나 MS 윈도용 보다 앞서 개발하는 상황이어서 역차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게다가 애플은 미개척 영역인 모바일 광고에서 또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광고수익의 60%를 해당 개발자에게 돌려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제시했는데 이는 개발자에게 또 다른 수익모델을 제공함으로써 애플리케이션 가격을 낮추거나 상황에 따라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아예 공짜로 뿌리겠다는 속내를 은연중 내비친 것이다. 광고를 수익모델로 삼는 구글을 고사시키겠다는 포석이 아닐 수 없다. 모바일 광고수익을 미래 먹거리로 간주해온 국내 이동통신사와 포털 입장에서도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애플은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보유한데다 이들은 앱스토어를 통해 막강한 구매력을 과시해왔다"면서 "광고주 입장에서는 우량 고객을 집중적으로 보유한 애플의 모바일 광고서비스에 매력을 느끼지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맞대응 나서는 구글
인터넷 서비스의 강자인 구글 역시 애플에 맞서 모바일플랫폼인 안드로이드의 고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열세라는 지적이다.

구글은 앞서 독자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을 통해 음성인식 등 새로운 차원의 모바일 플랫폼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으며 이번 애플의 OS 4와 아이패드 발표에 자극받아 플랫폼 업그레이드 및 태블릿 시장 개척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 구글은 오는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개발자 대회에서 저장용량 등 단점을 보강한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 '프로요'(Froyo, 2.5)를 공개할 예정이다. 구글은 또 연말께 넷북과 태블릿용 운영체제인 '크롬'을 발표하며 애플 아이패드와 전면전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IMS리서치는 이에 대해 "이통사와 제조사별로 안드로이드 OS가 '파편화'되고 있으며 자칫 다른 OS버전으로 개발된 앱간에 호환성 문제로 발목잡힐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상대로서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애플의 돌풍을 저지할 유일한 적수로 꼽힌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구글도 국내 제조사입장에게는 영원한 동반자가 될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구글은 애플 아이폰에 대한 전세계 이통사와 제조사들의 반감을 십분 활용해 자사 웹서비스에 특화된 안드로이드 플랫폼 확산의 동력으로 삼고있다.

하지만 구글역시 독점기업으로서 인터넷광고와 웹서비스에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국내 토종 포털과 인터넷서비스, SW업계를 초토화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구글은 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인터넷실명제 등에서 예외적 적용을 받으며 '규제의 회색지대'에 머물고 있다. 자칫 서비스와 콘텐츠는 구글에 내주고 국내 이통사는 단순 망제공사업자로, 제조사는 이른바 깡통폰(SW가 없는 하드웨어 제공자) 공급사로 전락하고, 국내 IT 서비스 산업을 고스란히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안타까운것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구도하에서 이같은 구글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국내 업체들이 마땅한 대응카드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울러 국내 제조사들과 반(反)애플전선을 형성하며 우군임을 자임해온 MS 역시 최근 독자 브랜드 스마트폰 2종을 내놓고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에 특화된 새로운 MS폰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경쟁상대로 꼽힐 수준은 아니지만 아직 스마트폰 경쟁력이 뒤지는 국내 제조사들에게는 '돌발변수'임에 분명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모바일코리아 출구없나
국내 제조사에게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은 삼성과 LG 등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한물 간' 모토로라는 물론 군소업체로 간주하던 HTC에도 뒤진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군소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릴 때 뒷짐지고 방치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 2위 휴대폰 제조사로 연간 2억대의 물량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삼성의 경우,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전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하드웨어적 혁신에 이어 작년말에는 자체 모바일플랫폼을 내놓고 독자적 스마트폰 SW생태계 조성에 불씨를 당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자체 경쟁력과 생태계 선순환 측면에서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이호수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담당 부사장은 "우리가 하는 이상으로 경쟁사들이 앞서가니 매일매일 전쟁터에 나가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경쟁포인트가 많아 선택과 집중이 쉽지않고 하루아침에 바꾸기도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삼성 앱스토어내 콘텐츠는 2000여개 남짓으로 18만개가 넘는 앱스토어는 물론 3만여개의 구글 안드로이드와도 비교조차 쑥스러운 상황이다.

박종봉 애틀러스리서치 대표는 "선두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치고 나가면서 후발 국내 제조사들이 갑갑한 국면을 맞고 있다"며 "그래도 개방형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이통사를 포함한 고객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스마트 팔로워(smart follower)' 전략을 꾸준이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경직된 대기업 문화를 탈피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삼성가의 일원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삼성은 아이폰 잡을 솔루션보다 기계 몇대 파는데 관심이 많다"고 일침을 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에 스카우트됐다 적응하지 못하고 포털로 복귀한 모 인사는 "IT벤처 출신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도 대기업식 사고가 틀에박힌 임원들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 구조여서 적응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10년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 사라질 것'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복귀 일성이 SW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지 못했음을 질타한 것이라는 뜻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이 회장이 스마트폰과 콘텐츠 등 모바일관련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웹기반 오피스프로그램인 '싱크프리'로 세계 무대에 도전한 바 있는 강태진 전 KT전무 등 임원급 개발자를 영입하는 것도 조직문화와 체질을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국내외에서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만큼 이제는 삼성, LG에 대한 격려와 성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황상민 심리학부 교수는 "애플 아이폰 신드롬은 과거 폐쇄적 무선인터넷 등 통신 환경을 초래한 이통사와 국내 휴대폰시장을 과점해온 제조사의 암묵적 공조가 아이폰의 진입으로 확인된 데 따른 분노의 표출"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들 역시 CEO가 나서서 반성의 목소리를 낼 정도로 '아이폰 쇼크'가 컸던데다 자칫 국내 산업기반이 위태로워질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어느 때보다 국내기업에 대한 애정어린 격려와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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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 기자 sear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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