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가요시상식'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아시아경제 황용희 기자]연말 가요시상식이 또 다시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유는 한국 최고의 매니지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대표 김영민)와 '트로트계의 SM'이라는 별칭으로 트로트 스타들의 산실로 통하는 인우엔터테인먼트(대표 홍익선)가 각각 심사 기준과 자료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케이블방송인 엠넷이 주도하는 연말시상식인 '200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net Asian Music Award·이하 MAMA)'도 상의 귄위와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도 'MAMA'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MKMF'는 올해의 노래상(원더걸스 '노바디'),올해의 가수상(빅뱅), 올해의 앨범상(동방신기 '미로틱')등 3팀(명)에게 대상을 줌으로써 상의 귄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채 '나눠먹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럼 매번 이같은 시상식 보이콧과 그로 인해 상의 공정성 시비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아마도 믿을만한 단체나 귄위있는 가요순위차트가 없는 한 매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가 될 확률이 높다.

JYP프로듀서인 박진영은 이같은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뭔가 정확히 기록을 해놓는 '기록의 문화'가 전무하다. 그같은 '기록 부재의 시대'가 낳은 어쩔수 없는 '고통'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빌보드 차트같은 귄위있는 순위차트가 전무한 실정이다.

공중파 3사가 운영하는 가요프로그램 시상제인 KBS2 '뮤직탱크'의 'K-차트'나 SBS '인기가요'의 '뮤티즌 송' 등은 순위 프로그램의 시상이라기 보다는 매주 하는 이벤트에 가깝다. 물론 방송사측에서는 공정한 장치를 마련, 시상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얼마만큼 공정한 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들 방송사들은 지난해부터 이 마저도 스스로 없애버렸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시상 자체가 주는 딜레마에서는 해방될 수 있으나, 한 국가의 주요방송들이 권위있는 연말 시상식 하나 없다는 것은 문화선진국이랄수 있는 국가 브랜드에 큰 흠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 여름엔 연예제작자들의 모임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1년에 한번씩 지상파 방송 3사가 중심이 되고 전 연예관련협회가 총망라한 권위있는 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아직은 소리없는 메아리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제안하고 싶다.

공정성을 담보로 한 연말시상식을 민간차원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공영방송, 혹은 신문사들이 연합체에서 체계적이고 차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상이한 형태의 연합체라면 서로를 견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고, 상업적인 의도도 최소한 자제시킬 수 있다.

사실 이번 시상식도 반드시 유료회원(최소 3천원이상)으로 가입해야만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상업적인 논리가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가로 젓게 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성만 담보할 수 있다면 다양한 형태의 가요시상식은 두세개 존재해도 그 가치가 있다. 한류를 앞세운 문화선진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요시상식은 꼭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가수의 인기를 위주로 한 시상식이 있다면, 음원의 인기를 중심으로 한 시상식도 있을 수 있다.

또 이번 사태로 표출된 다양한 문제점도 점차 시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의적으로 선정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것에 반발하면 방송사의 힘으로 누르고, '자사 가수들이 안들어가서 일으킨 반란'쯤으로 폄훼하는 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물론 음반기획사들도 무조건 반대하고 보이콧만 하면 안된다. 꼼꼼히 따져서 문제가 있으면 시정을 요구하고, 그래도 안되면 안에 들어가서 개혁을 이끌어가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시상식 시스템 자체를 발전적으로 변화시키고, 공정성을 확보한다면 연말시상식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진짜 권위있고, 의미있는 시상식이라면 국내 음악산업의 발전은 물론, 글로벌화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황용희 기자 hee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