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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같은 판타지가 매력적인 '시간여행자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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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용성 기자]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좋아할 사람 많을 것이다. 인류의 꿈과도 연결된 ‘타임머신’이 존재하고, 누구나 시공을 초월해 가고 싶은 때를 정해 가고 싶은 곳을 가 본다면 신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시간여행이라면 어떨까. 자신이 원치 않는 시간과 공간으로 자신도 모르게 떠나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로 돌아온다면 문제는 다르다. 연인과 사랑을 나누다가도 사라지고,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미치도록 불쾌한 일이다.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여행의 운명을 지닌 남자 헨리와 그와 연애를 거쳐 결혼에 골인해 아내가 된 여자 클레어의 이야기다. 시간여행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헨리에게 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혀 상관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 중요한 장소로 이끌리듯 돌아가기 때문이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얼핏 떠오르는 이 영화는 판타지로맨스의 고전이 된 ‘사랑의 영혼’이나 ‘이프온리’처럼 멜로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판타지와 애절한 사랑을 다룬 또 하나의 영화다.

일단 영화는 시간여행자 헨리의 삶으로 시작된다. 벌거벗은 남자가 ‘터미네이터’처럼 등장해 주변에서 옷을 챙겨 입는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죽은 부모를 만나 사고를 목격하며 오열하기도 하고, 느닷없이 경찰에게 붙잡히기도 한다. 그리고 귀엽고 똑똑한 한 여자아이를 만나 교감한다. 시공을 넘나들 때 맨몸만 옮겨지는 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추운 겨울 밀폐된 공간에 떨어지게 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때도 있다.
극 초반 이런 헨리의 모습이 관객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지만 영화는 엔딩에서 감수성 예민한 여성 관객의 눈시울을 적신다. 평범하지 않은 남자의 운명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기 때문. 남자주인공 헨리가 중심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아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 꽤 슬픈 사랑 이야기다. 특별한 운명을 가진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게 로맨틱하면서도 애잔하다.

클레어는 어린 시절 집 근처 초원에서 성인인 헨리를 만나 운명을 느낀다. 나중에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남다른 우연으로 만난 헨리가 다시 시간여행에 들어가자 추억만을 안고 살아온 클레어는 성인이 된 뒤 실제 헨리를 만나고 자신의 존재를 밝히는 과정에서 다시 사랑을 느끼며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 과정 역시 재미있다. 결혼식을 치르는 동안도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는 20대에서 40대를 넘나들며 현실과 과거를 오간다. 이때 헨리의 나이는 수염과 흰 머리카락으로 구분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클레어는 헨리에 대한 사랑에 변함이 없지만 삶은 또 다른 것. 시도 때도 없이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 때문에 어떨 때는 한 마디 대화를 위해 20여 일이나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평범한 부부 생활을 꿈꾸는 클레어에게는 참기 어려운 현실. 특히 유전적인 증상이 보이는 시간여행자의 운명이 아이에게도 이어지자 부부는 큰 위기에 직면한다.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예쁜 아이를 기르면서 부부에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불행은 넋을 잃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이 비운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동화 같고 그림 같은 엔딩은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의 뇌리에 한 동안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설정이 극의 완성도를 헤칠 것이라는 우려는 치밀한 시나리오로 완벽하게 극복했다는 평. 판타지를 원래부터 싫어했던 관객조차 공감하게 만들 감성 로맨스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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