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중국은 13억 인구를 먹여살림으로써 세계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혁명도, 가난도 외국에 수출하지 않았고 외국을 괴롭힌 적도 없다. 배부르고 할일 없는 외국인들이 중국 일에 이래저래 간섭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의 유력한 차기 국가주석 후보인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입에서 나온 이 발언은 가히 도발적이다.
많은 중국인들은 '시원하게 말 잘했다'고 거들었지만 일국의 국가지도자가 공개적으로 발언한 수위 치고는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외교노선의 포기를 선언했음을 입증해주는 이 발언은 앞으로 중국의 외교노선이 한층 강경해질 것을 의미한다.


이미 중국은 대외적으로 자신감과 당당함을 넘어서 건방짐과 오만을 드러내는 모습이 부쩍 늘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최고지도자층은 물론 외신기자를 대하는 한 젊은 외교부 대변인에게서도 나타난다.
중국은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와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일본과의 관계도 과거사 문제를 놓고 그동안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올해 6월말 워싱턴에서 가졌던 G2모임에서 미국은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야했다. 미국은 서양인들이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한자성어까지 인용해가며 친밀감을 드러내려고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양국은 이제는 다시 무역분쟁을 놓고 으르렁대고 있다.
중국은 유럽연합(EU)과도 반덤핑 시비가 여러건 붙어있다.

중국이 이처럼 외교 파워를 늘릴 수 있는 것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자신감 덕분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까.
몸집은 커졌고 위상도 높아졌지만 중국식 자본주의의 빈틈은 따지고 보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무조건 부러워하고 찬양할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서방세계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대내외적인 불균형(임밸런스)이다.
우선 중국의 수출주도형 성장방식이 야기하는 글로벌 불균형은 만성적 무역적자를 보는 교역국들로부터 나오는 불만을 낳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3차 G20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양국간 무역ㆍ투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내부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올해는 투자ㆍ소비ㆍ무역이라는 3대 성장축의 균형이 깨져버렸다. 외부환경에 의해 무너진 무역은 그렇다 쳐도 올해 급격히 늘어난 정부 투자는 과잉공급ㆍ과잉생산의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소비 증가도 한시적으로 버티는 형국이다.
성장 불균형은 민간부문의 취약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민간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한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기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국 경제지표는 수치 놀음'이라는 농담 섞인 우려도 나온다. '바오바정주(保八爭九)'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주장은 바로 정부가 수치를 마사지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 및 실업률 수치에 잇따라 의문점이 발견되고 당국이 부랴부랴 수정 및 해명에 나섰지만 이로 인한 대외신뢰는 추락하고 말았다.


여전히 대표적인 불신의 대상은 금융권 통계다. 전세계 시가총액 1~3위 은행을 휩쓰는 중국이지만 어디까지나 어부지리일 뿐 중국 국유은행을 선진금융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중국 은행은 높은 저축률과 당국의 철저한 보호 속에 온실 속의 화초와 다를 바 없다.
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수치만 보면 1%대.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치지만 정확한 내역을 확인할 길이 없다. 무엇보다 부실을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통일되지 않았다. 또한 굵직한 국유 대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다보니 부실 한방이 결정타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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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극복해야할 난관은 경제적 격차다. 지역ㆍ민족ㆍ계층간 경제격차는 이미 사회문제로 비화돼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부대개발이라는 말이 나오고 소수민족 단합이 강조되며 농민과 농민공 지원책이 잇따라 발표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정부가 민족간 조화에 가장 신경쓰는 것도 결코 괜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민족단합과 체제안정이야말로 지속성장의 밑거름이라는 굳은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벳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유혈시위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도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도 200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져 당국을 긴장시켰다.
대외적으로도 이웃국가와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장제일주의에 치중하다보니 환경오염도 이제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돼버렸다.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 선진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 최근 입장을 바꿔 탄소배출권 및 탄소세 도입을 추진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산업구조 현대화와 관료 부패 척결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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