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채권 EXIT논쟁의 의의< 대우證 >
◆ 검토되지 않을 수 없는 이슈, 남은 시간이 있냐 없냐의 문제
현재에 대한 판단과 미래에 대한 전망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fact를 인식하는 차원이지만 후자는 근본적으로 불확실한 것에 대한 나름의 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후자는 어렵다. 나아가 전자는 후자를 위해 의미를 가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EXIT의 시작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의 판단 문제는, 앞으로 EXIT가 계속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미 시작된 것이라면, 이제 다음 수순들이 (점진적으로) 나와 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나와 주지 않으면, 혹은 제법 먼 미래에나 나온다면, 이미 시작되었다는 가설은 옳지 않다.
그 제법 먼 미래가 어느 정도의 기간이냐는 것이 많은 이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것이다. 채권은 특히, 시간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의미 있는 정도의 시간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시장의 인식이 가격을 만든다
본의 아니게 다소 자극적인 논란이 되어 버렸으나,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은 아니라 생각된다. 통화정책의 긴축전환은-그것이 명시적이던 암묵적이던 간에- 채권시장에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이들이 긴축전환 시점에 대해 관심을 집중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두된, ‘넓은 의미로 보면 이미 시작된 셈이다’라는 주장은, 긴축 전환시점에 대한 기존의 논란을 무의미하게 만들거나 희석시키는 셈이었다. 나아가 이미 사실상 시작된 것이라는 전제를 세움으로써, 시장 금리의 상방 리스크를 강조하게 되는 결론이 편해지게 된다.
어쩌면 일각에서는, 우리가 ‘광의의 출구전략’ 주장을 과장되게 해석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즉, 그러한 주장이 본격적인 ‘긴축전환’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단지 ‘비정상적으로 과도했던 조치들의 시장 친화적 되돌림’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이러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여전히 충분히 동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무엇을 ‘비상 조치들의 되돌림’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선, 한은이 리먼 사태 이래 펼쳐왔던 비상 조치들을 보자. 이 중에서도 굵직한 것들은 (KDI도 지적했듯이) 대폭 금리인하, 채안펀드, RP대상 및 기관 확대 등일 것이다(※KDI는 외화부채 보증도 거론하고 있으나 이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외환정책이며 주된 책임당국은 재경부임).
주지하듯이 비상조치들에 대해서는 아직 되돌려진 것이 전혀 없고, 나아가 아직까지는 계획된 것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최근 한은은, 기준금리를 대폭 하회했던 실세 콜금리를 정상화 시키는 공개시장조작(즉, 단기 과잉 자금을 흡수하는 조치)을 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비상 조치들의 정상화’ 범주에 넣을 것인가는 의문스럽다. 한은의 이번 조치는, 리먼 이후 글로벌 금융이 붕괴되던 그와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닐 경우에도 종종 나타나는 일상적 범주 내의 다분히 기술적인 수단적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간략히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주지하듯이, 한은은 금통위가 정하는 거시 정책적 통화기조 아래 나름의 ‘단기 유동성 관리’를 하곤 한다. 가령, 다분히 의도적으로 단기자금을 넉넉히 가져갈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즉, 실세 콜금리의 변동폭을 넓게 가져갈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거나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08년 5~7월 사이 실세콜이 기준금리를 40bp넘게 하회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것이 정책금리 인하로 이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8월에 인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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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준대비 넓은 상태가 마냥 지속되지는 않으며, 한은 입장에서 필요성이 소진되거나 시장 입장에서 자금사정이 정상화되면 결국에는 기준금리 수준으로 회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앞서 기준금리 대비 실세콜 괴리에 대해 정책기조 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맥락에서, ‘기조적 정책의 되돌림’이라 평하기는 애매하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 3~5월 까지는 실세콜(금리)이 기준(금리)을 50bp나 하회하는 경우를 용인했다가 5월 이후 되돌렸으나, 그것을 완화기조의 후퇴나 약화 차원이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완화기조라는 목표는 5월 이전과 이후에 변함이나 후퇴가 없으며, 단지 ‘수단으로서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최대한 더 열었던 공간을 이제 정상화한다는 정도일 뿐이다.
2) 그러한 정도의 조치들도 크게 보면 어쨌든 간에 단기자금의 흡수라는 형태로 사실상 긴축의 의미를 갖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이미 5월 이후 진행되고 있으므로, 사실상의 긴축이 (혹은 그러한 표현이 부담스러우면 유동성 흡수는)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이 역시 일정부분만 옳은 얘기다. 콜을 정상화시키도록 넘치는 단기 유동성을 흡수한 것은 맞지만, 기준금리를 넘어설 정도까지 계속해서 흡수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2.0%를 맞추기 위해서는 100만큼의 유동성 흡수가 필요하다고 할 때, 5월까지는 그 보다 적은 80정도만 흡수하였다가 이후 부터는 100만큼 흡수하는 상황인 것이다.
‘유동성 흡수가 시작되었다’라는 말의 의미는, 앞으로도 계속 흡수의 강도를 넓힌다는 뉘앙스일 것이다. 물론 그것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즉 인상 싸이클)이나 지준율의 지속적 인상 혹은 총액한도대출의 꾸준한 축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실세 콜금리의 기준 금리 회귀는 ‘유동성의 흡수가 있었다’는 표현이 적당하며, ‘정책기조의 전환’ 즉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스탠스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협의든 광의든 간에 ‘EXIT가 시작되었다’는 표현은, 단어의 사전적/상징적 의미를 공히 고려하건대 ‘통화정책의 기조 자체가 변화되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향후 언젠가는 반드시 변화될 것이다. 그러기에 정책당국은 물론 시장의 수 많은 이들이 그 시점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되지 않았다.
3) 향후 어차피 시작될 것이고, 시장 속성상 미래를 선반영하기 마련인 바, 이미 사실상 시작되었든 아니든 간에 무슨 큰 차이가 있냐는 질문도 있을 법 하다. 그러나 채권은 마치 사람의 인생처럼 만기가 있다. 그리고 만기 동안의 시간 자체가 채권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차피 시작될 EXIT’라는 표현은, ‘어차피 맞이할 죽음’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일 수 있다.
EXIT가 언제 시작되느냐를 많이들 고민하는 이유는 물론, 그것이 본격 선반영되기 전까지는 일정기간 시간의 이익을 누리고자 함이다. 또한, EXIT 그 끝의 강도를 벌써부터 가늠질해 보는 이유는, EXIT의 시작은 물론 그것을 본격 선반영할 때 입게 될 평가손실의 규모를 미리 저울질해, 현 시점에서 커브의 어느 영역까지 노려볼 수 있는가를 검토해 보기 위함이다.
물론, 향후 한 두 달 혹은 한 분기 정도 안에 EXIT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현재의 시작 논란이 별 의미 없을 것이다. 그 정도 짧은 시차 후의 일이라면, 선반영 속성의 범위 내에 들어간다고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년이라면? 일년 반 뒤라면? 아니면 6개월 뒤라면?
사실 이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따라서 시점 저울질에 고민도 많이 하는 한편 EXIT와 관련한 모든 국내외 정보들에 예민한 것이다. 이번 이슈는 그만큼 예민한 것이었으며, 우리의 답은 ‘아직 발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채권투자에 나름 의미있는 기간까지는 없을 듯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 채권을 해 볼 만 하다고 판단하며, 금리가 오르는 것을 가격 메리트의 누적으로 보고 있다. 만일 이미 시작되었거나 혹은 조만간 시작될 것이기에 현재의 시작 논란이 별 의미가 없는 입장에 선다면, 지금은 금리가 반락할 때 마다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 논쟁의 의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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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기자 nh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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