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파라치, 뺑파라치에 이어 학파라치까지 등장...파라치 양성 학원도 성업 중
한국사회에 '모(某)파라치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쇠파라치(쇠고기 원산지 허위 표시 또는 미표시 신고), 뺑파라치(뺑소니 차량 신고) 꽁파라치(담배꽁초 투기자 신고)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신고) 학파라치(불법 과외 신고) 등 각종 파라치를 양산하는 것이 우리 한국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자 신(新) 풍속도이다.
지난 2월 일명 '전지현 복제폰' 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오르면서 최근 들어서는 복제폰을 겨냥한 '폰파라치'가 수면위로 급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포상금, 수백만원에 달해
2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학원 불법영업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가 지난 7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수십건의 포상금 지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는 시행 2주 만에 16건의 포상금 지급이 결정됐으며, 부산에서도 80여건의 신고 가운데 20건의 포상이 확정되는 등 '학파라치' 제도의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복제폰 폐해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폰파라치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신사업자 연합체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 전덕근 실장은 "최근 복제폰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어 팜플릿 6000여장을 제작해 관공서와 지하철 등에 보급하고 있다"면서 "현재 휴대폰 1대당 10만원, 최고 200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포상금을 좀더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1년반 동안 국내에서 복제된 휴대폰이 무려 1만2000여대에 이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기술적으로 복제가 어려운 3G 휴대폰을 제외한 복제 가능 2G 휴대폰이 전국적으로 200여만대에 달하는 등 여전히 범죄위험이 큰 만큼 일반인들의 신고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라치는 적잖은 부수입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짜 휘발유 신고는 건당 100만~500만원, 가짜 양주 거래를 신고하면 100만~1000만원, 부정선거의 포상금은 최고 5000만원에 달한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성매매를 신고할 경우 최고 2000만원에 이르는 포상금을 챙길 수 있다.
◆ 80세 파라치 월 수입 '1000만원'
파라치 양성 전문학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파라치를 전문적으로 양성한다는 'M' 학원은 오프라인 교육까지 제공한다. 교육과정은 신고보상, 파파라치, 실습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출장지도도 가능하다. 이틀 교육에 25만원을 교육비로 내야하지만 당일 현장실습을 통해 교육비보다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이 학원 관계자는 오히려 자랑한다.
이 학원 출신으로 인천에서 각종 파라치 활동에 뛰어든 80세의 A할머니는 5년간 꾸준히 월 1000만원 수입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월 1000만원의 수입 정도는 전문 파라치 입장에서는 평균 수준이라는 것이 학원측으 설명이다.
또 다른 파라치 양성학원인 'P' 학원은 지난해 12월에 입금된 각종 포상금이 기록된 통장 사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통장 사본에 따르면 12월2일부터 12월11일까지 각 구청 등으로부터 입금된 포상금이 무려 365만원에 달한다.
파라치들이 늘어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하고 있다.
민 모씨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심으로 파라치 활동을 하고 있는데, 최근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파라치와 경쟁관계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파파라치인 지 모르는 채 위법을 저지른 사람을 동시에 신고해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는 얘기다.
김 모씨는 1년 동안 파파라치로 활동했는데 알고보니 결혼할 남자의 어머니, 즉 시어머니 되실 분이 운영하는 약국을 2번이나 신고한 것을 뒤늦게 깨닫고 지금은 자책감에 괴로워한다는 전언이다.
파라치의 난립은 반칙과 불법이 판을 치는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대로 드러낸 하나의 사회현상이다. 더욱이 포상금만을 노린 무분별한 신고로 행정력 낭비와 피해자 양산 등 부작용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고려대 김기창 교수(법대)는 "파파라치는 사회가 얼마나 정직하지 못한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면서 "포상금으로 불법을 차단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반칙과 불법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자세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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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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