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을 위한 추경예산 1185억 원이 쓰지도 못하고 사장될 위험에 처했다.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보호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해 6월 국회에도 통과가 어렵게 되면서다. 반면 비정규직 지원 추경예산은 정작 비정규직 개정안이 통과됐을 경우에만 집행이 가능하도록 못을 받아놨기 때문이다.
2일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관련 추가경정예산인 1185억 원에 대해서 오는 2011년 6월까지 지원하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관련 규정이 포함된 관계 법률이 국회에서 확정될 때까지 그 집행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비정규직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어렵싸리 확보한 비정규직 지원 추경예산도 국고(國庫)에 그대로 쌓아둬야 할 처지인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4월 국회 예결특위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인센티브를 지원하기 위한 추경예산을 확보했지만 정작 환경노동위에서 법안상정을 거부하면서 정규직전환지원 예산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오는 7월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까지 비정규직법이 확대 적용될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여력이 없는 사용자들이 본격적인 비정규직 해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비정규직 대란’을 막기 위해서 개정안 통과에 따른 추경예산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앞으로 예산 지원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촉진된다면 고용불안과 소득양극화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사용자는 1개월 전에 해고 여부를 통지해야 하며, 통상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사실상 이달부터 상시근로자 1인 이상인 모든 기업에서 해고 통지를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을 원하지만 여력이 없는 기업들에게 1185억원의 추경예산은 가뭄의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게다가 개정안을 통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게 되면 정규직 전환에 대한 압박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는 기업에겐 이번에 확보한 추경예산을 통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당장 정규직 전환이 힘든 기업에겐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대사건이 터지면서 6월 국회는 그야말로 방향조차 잡을 수 없는 안개 속 정국이 예상되고 있다.
만약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해 관련 예산의 집행이 보류될 경우 국회는 또 하나의 짐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2030년까지 비트코인 10배" '돈나무 언니' 캐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