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혹은 의약품 파동이 생길 때마다 식약청은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아왔다. "존재의미가 뭐냐"에서부터 "국민을 위하는 기관이 맞냐"는 원초적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윤 청장의 읍소가 없었다 해도, 한국 식약청이 세계1위의 규제기관이 아님을 모두가 인정한다면 간혹 발견되는 헛점을 마냥 질타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약청장의 눈물에 공감의 시선을 보내게 됨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규제나 과학은 감정적 접근의 대상이 아니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석면약 퇴출에 대해 5대5라는 팽팽한 의견을 보였음에도, 준비 덜된 퇴출명령서에 사인을 한 사람은 식약청장이다.
윤 청장 재임 때는 아니지만, 탈크석면을 경고한 내부 보고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사람도 한국의 식약청장이다. 하루만에 퇴출 리스트가 뒤바뀌고, 오늘까지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 못하는 것 역시 식약청장 책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식약청장의 눈물엔 사연이 충분하지만 언론의 비판에도 이유는 있다. 언론은 '불가피함'과 '예방 가능함' 정도는 구분한다. 석면 파문은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이슈였다. 그리고 식약청이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보여준 엉성함 역시 불가피한 것들이 아니었다.
식약청장의 판단력 부족인지 혹은 청 내부 인력의 자질 때문인지 기자는 알 수 없다. 석면 관련 취재를 하면서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식약청 직원의 말은 "알아서 생각하세요", "제가 담당이 아니거든요?", "그게 왜 중요하죠?"와 같은 어설픈 감정 대응이었다. 국민의 건강은 아마추어가 지킬 수 없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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