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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그시절 '꽃남' 메탈 키드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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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80년대 음악이 최고야. 커트 코베인이 다 망쳤어" - 영화 '더 레슬러' 중 미키 루크의 대사

◆ 80년대 대표 꽃남 미키 루크와 영화 '더 레슬러'
미키 루크는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 스타였다. 80년대 10대를 합법 야동과 보낸 사람이라면 그가 출연한 영화 '나인 하프 위크'를 걸작 에로영화 목록에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소년들이 소피 마르소와 피비 케이츠를 사모하던 때 미키 루크는 소녀들의 로망이었다.
아쉽게도 그의 영광은 찰나에 불과했다. 성공작보다는 실패작이 늘어가면서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는 갑자기 늙고 못생겨졌다.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복싱에 몸바친 까닭이었다. 상처와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얼굴은 이를 고치기 위한 성형수술로 더욱 망가졌다. 거기에 살까지 쪘다. '꽃남'이 괴물이 된 것이다. 할리우드 대저택에서 월세 아파트로 옮겨야 했던 미키 루크의 파란만장한 삶은 그에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더 레슬러'의 주인공 랜디와 닮았다.

1980년대의 미키 루크와 영화 '레슬러'(2008)에 출연한 미키 루크

1980년대의 미키 루크와 영화 '레슬러'(2008)에 출연한 미키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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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는 80년대 인기 레슬러였으나 지금은 골수 팬들을 위해 자해공갈단 수준의 퍼포먼스로 명맥을 유지하는 퇴물스타다. 무리한 약물 복용으로 심장병까지 안게 됐지만 세상에서 루저 취급 받기보다는 링 위에서 승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다. 유일한 말동무인 중년의 싱글맘인 스트리퍼 캐시디와 어색한 데이트에 나선 랜디는 "80년대 음악이 최고다"라며 래트의 '라운드 앤 라운드(Round and Round)'에 맞춰 춤을 춘다.

◆ "90년대 음악은 짜증나, 80년대 음악이 최고야"
랜디는 말한다. "80년대 음악이 최고야. 90년대는 짜증나. 커트 코베인이 다 망쳤어." 옳다구나 맞장구를 친다면 당신은 LA메탈의 팬이거나 소방차 김완선의 팬이다. 후자라면 커트 코베인 대신 서태지를 언급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LA메탈은 본토 '미쿡인'들에겐 헤어메탈 혹은 팝메탈, 글램메탈로 불리는 80년대 팝의 화석 장르다. 신체 일부가 음악장르로 불리는 거의 유일한 특이 장르라고 할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헤어스타일도 유행이 바뀐다는 속설에 맞게 LA메탈은 신기하게도 90년대 너바나의 등장과 때를 맞춰 일제히 메인스트림에서 멸종했다. 삼척동자도 알 만한 대표 밴드인 본 조비만 예외적으로 90년대를 버텨 나갔다.

영화 '더 레슬러'의 랜디는 '폼생폼사'다. 초라한 트레일러 월세 낼 돈은 없어도 근육강화제나 금발염색, 인공선탠 등에는 아끼지 않고 돈을 쓴다. 팬들을 위해 가시철선 위를 뒹굴고 이마를 면도날로 가르며 스테이플러로 살에 박아 넣는다. 블러드잡(Blood Job, 인위적으로 출혈을 일으키는 행위)을 일삼는 랜디의 모습은 흡사 공연 도중 박쥐를 물어뜯었다는 헤비메탈의 큰형님 오지 오스본의 선구적인 엽기행각과 다를 바 없다.

1980년대의 '꽃남' 메탈밴드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키드 로, 포이즌, 신데렐라, 워런트

1980년대의 '꽃남' 메탈밴드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키드 로, 포이즌, 신데렐라, 워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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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메탈, 80년대의 낙천주의가 낳은 산물
LA메탈의 일반적인 무대 매너와는 거리가 멀지만 오스본은 후배들이 깊이 새겨야 할 선구자적 팬서비스 정신의 표본을 제시했다. 악마와 마귀 할아범의 중간 단계에 가까웠던 오지 오스본과 달리 후배 LA메탈 키즈들은 곱상한 외모와 짙은 화장, 풍성한 볼륨의 퍼머 머리, 최첨단 스키니룩의 가죽바지, 반짝이는 메탈 체인 등으로 시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노래 가사도 대개 여자와 술, 파티에 관한 것이었다. LA메탈은 낙천적인 유희의 산물이었다.

80년대를 풍미한 LA메탈 밴드들은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초까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본 조비와 데프 레퍼드, 머틀리 크루, 래트 등을 시작으로 신데렐라, 스키드 로, 포이즌, 워런트, 건스 앤 로지스 등이 뒤를 이었다. 심지어 크리스천 음악을 하는 헤비메탈 밴드도 생겨났다. 음반사들은 너도나도 긴 머리와 가죽바지가 잘 어울리는 꽃미남 록밴드들을 찾았고 아류들이 속속 나왔다 사라지곤 했다.

80년대는 근심걱정 없이 살도록 권장받던 시대였다. 미국에선 은막의 스타가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국내에선 열심히 3S(Sex, Sports, Screen) 산업을 미는 대머리 대통령과 보통사람 대통령이 손에 손 잡고 청와대를 지켰다. 공산당만 해치우면 세계평화가 찾아올 것만 같았다. 냉전의 나른한 평화 속에서 청년들은 신나게 달렸다. 길 위에는 오토바이가 무대 위에선 일렉트릭 기타가 내달렸다.

지난해 17년 만에 컴백한 건스 앤 로지스의 액슬 로즈 [사진=유니버설뮤직]

지난해 17년 만에 컴백한 건스 앤 로지스의 액슬 로즈 [사진=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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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꽃남 메탈키드들은 건재하다
한국의 3S산업과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어깨동무를 하던 헤비메탈은 커트 코베인이 등장할 무렵 공룡이 멸종하듯 사라졌다. 우울한 얼터너티브 록, 힙합과 M&A를 이룬 랩메탈(일명 핌프록)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순진한 불량배들은 퇴물이 됐다. 뒤바뀐 세상 속에서 용을 쓰긴 했지만 대부분 별 소득은 없었다. 옛날 스타일로 버티던 고집쟁이들도, 유행을 따라가 보려던 변절자들도 모두 실패했다.

얼마 전 건스 앤 로지스가 17년 만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앨범의 완성도는 뛰어났지만 80년대 LA메탈 팬들을 감동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머틀리 크루도 익스트림도 최근 재결성해 앨범을 발표했지만 예전 같은 감흥은 재현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 옛날 '꽃남'들이 여전히 비슷한 음악을 한다는 건, 축 처진 뱃살과 주름살에도 여전히 복슬복슬한 긴 퍼머머리로 무대 위를 달린다는 건 꽤나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에겐 시나위도, 백두산도, 부활도 없는데 말이다.

은퇴한 록커들도 많지만 '더 레슬러'의 주인공처럼 아직도 많은 80년대 LA메탈 밴드들이 여기저기서 신곡도 없이 공연을 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건 헤어스타일이며 의상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수만 번 부른 히트곡을 질리도록 부르지만 팬들 앞에서 행복해 한다. 가끔 스키드 로의 세바스찬 바하처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 관객이 던진 캔이나 컵에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다행인건 '더 레슬러'의 주인공처럼 불쌍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마약중독과 알코올 중독에 골병이 들어 쓰러져 가는 아파트에서 살 것만 같지만 대체로 잘 살아가고 있다. 착실하게 결혼생활을 하는 로커들도 꽤 많다.

머틀리 크루의 1980년대와 2000년대.

머틀리 크루의 1980년대와 200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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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메탈키드들의 현재는?
물론 세월이 지나 특이하게 밥벌이를 하는 로커들도 종종 있다. 포이즌의 브렛 마이클스는 록스타의 퇴폐적인 섹스 어필을 활용해 '록 오브 러브'라는 리얼리티쇼의 주인공이 됐고, 워런트의 재니 레인은 한때 나이트클럽 사장님이었으나 이제 음악에만 전념하고 있다. 건스 앤 로지스의 기타리스트 슬래시는 독자적인 음악활동을 겸하며 자서전을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머틀리 크루는 특이한 '투잡'의 종합선물세트로 유명한 밴드다. 한때 풍선가슴 파멜라 앤더슨과 결혼하기도 했던 드러머 토미 리는 '서인영의 카이스트'의 원조격인 리얼리티쇼 '토미 리, 대학에 가다'에 출연해 '예능 늦둥이'가 됐다. 베이시스트 니키 식스는 지난해 자신의 마약중독기를 그린 '헤로인 일기: 박살난 록스타의 1년'이라는 자서전을 내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보컬리스트 빈스 닐은 와인농장을 경영하는 로맨틱한 아저씨다.

'꽃남' 로커들은 이제 배가 나오고 주름살 가득한 중년 아저씨들이 됐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난 '시민회관 밴드'가 됐지만, 여전히 또 열심히 '돌+아이'처럼 로큰롤 인생을 살고 있다. 머틀리 크루가 지난해 발표한 앨범에는 '올해 최고의 XX놈'이라는 뜻의 제목인 '머더X커 오브 더 이어(Motherfxxker of the Year)'가 수록돼 있다. 니키 식스는 올해로 '미쿡' 나이 쉰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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