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현실 무시한 입법규제, '오픈마켓' 혼돈 속으로
"어린이제품 안전 강화 공감…오픈마켓 규제 해외는 없어"
시행 2주 남았는데…법 개정안은 국회서 논의조차 못해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최서연 기자]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어린이특별법)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픈마켓 업계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법안에서 빠졌던 통신판매중개자가 국회 심의과정에서 포함,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국회는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의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어린이특별법이 내달 4일 시행된다. 이에 따라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안전규정에 미달하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에만 규제와 벌금이 부과됐다. 앞으로는 이를 유통하는 판매사와 판매중개업자, 구매대행업자 등도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된다. 또 어린이제품은 KC마크 인증을 받아야 유통이 가능하다.
관련 업계에선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안전을 강화한다는 법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일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판매업자와 소비자간 플랫폼만을 제공하는 오픈마켓 업계는 최초 발의된 법안에서 '통신판매중개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버몰의 이용만 허락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는 조항이 빠진데 대해 "비현실적인 법안"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판매의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스스로 가격과 품질에 대한 비교를 통해 자발적인 선택을 하도록 하는 구조"라면서 "이 같은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강화로 소규모 영세판매자 등의 위축과 대기업 쏠림 현상이 불가피하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감시하는 정부의 역할을 업계에 떠넘긴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제점을 인식한 국회는 지난 2월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해 심의에 들어갔지만 이 마저도 오픈마켓업계에는 부담이다. 지난 4월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선 "통신판매중개자에 대한 비현실적인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오픈마켓사업자들에게 인증표시가 없는 제품을 즉시 삭제하고 사업자가 물품을 등록할 때 안전인증번호를 입력해 소비자들이 확인토록 했다. 기술표준원은 이 개정안 통과를 염두에 두고 업계에 관련 시스템 구축을 당부하며 2개월간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두고 여야가 대립, 사실상 국회가 멈춰서 있어 법 개정안 통과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가 우려된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해외에는 없는 법 규제로 병행수입과 구매대형 업자들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온라인몰 관계자는 "국내 수입업자들이 KC인증을 받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어 아마존 등 해외직구 시장만 커질 수 있다"며 "병행수입 활성화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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