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총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율 증가 추세

돈 쌓아둔 기업, 돈 안빌려가 주담대로 은행 수익 노려
미국·스위스·핀란드 등 해외에서도 비율 증가추세
전문가 "집값 폭락 땐 크리티컬 쇼크"

가입 가계대출 중 주담대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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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은행이 아니다. 부동산 펀드다?'


은행대출이 주택담보대출에 쏠리면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의 전통적인 기능이 퇴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담보대출 여신 비중이 커지며 사실상 '부동산 펀드'와 다름없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선진국보다 아직 낮은 수준이라도 사전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말 주택담보대출은 394조8000억원(말잔 기준)이다. '기업자금 및 가계대출'로 한정해 주담대가 은행 기업여신과 가계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집계해보면 32%나 차지하고 있다. 작년 동기(29.3%)보다 2.7%포인트 증가했다. 2009년 10월만 해도 28%(261조원)대였던 주담대의 비율이 5년새 4%포인트나 커진 셈이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환위기로 대대적 구조조정을 경험한 은행들은 기업금융을 줄이는 대신 가계금융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중 주담대는 부동산시장을 과열시키고 금융위기를 야기하는 잠재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금융 업무 축소와 담보대출 위주의 가계금융 확대는 은행의 정보생산과 모니터링 기능을 떨어트려 은행 고유의 금융중개기능을 약화시킨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향은 해외에서 더 두드러진다. 미국경제연구소(NBER)가 지난 10월 발표한 거대한 주택담보대출(The Great Mortgaging) 논문에 따르면 17개 주요 나라(프랑스ㆍ이태리ㆍ호주ㆍ일본ㆍ스페인ㆍ영국ㆍ포르투갈ㆍ벨기에ㆍ네덜란드ㆍ캐나다ㆍ노르웨이ㆍ미국ㆍ스웨덴ㆍ독일ㆍ스위스ㆍ덴마크ㆍ핀란드) 은행 총대출 대비 주담대 비율은 1920년 28%에서 1970년 39%로 10%포인트나 뛰었고 2007년엔 55% 선까지 증가했다.특히 미국은 총대출 중 주담대 비율이 1920년 30%에서 1970년 61%로 뛰었고 2007년엔 68%로 증가했다. 1920년에는 17개국 중 핀란드가 비율(55%)이 가장 높았고 1970년에는 미국(61%), 2007년에는 스위스(87%)로 집계됐다.


은행 대출이 주담대에 몰리는 데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다.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어 은행여신이 필요없다. 상반기 기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의 유보율은 1092.9%로 지난해말 대비 69.4%포인트 증가했다. 돈이 정 필요하면 직접금융시장(증권시장)을 이용한다. 결국 수익처를 찾는 은행들이 가계대출시장, 특히 주담대 시장에 쏠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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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절대 금리 수준은 3.15∼3.40% 사이로 은행 수익성을 놓고 봐선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대기업 부문에서 상업은행(CB)이 대출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이 안돼 주택시장은 여전히 은행에 중요한 부분이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거품 낀 집값이 폭락했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위험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크리티컬 쇼크'(결정적인 충격)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입장에서 주담대가 편한 대출일지 몰라도, 경제전체적으로 집값이 떨어졌을 때 시스템적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기업금융을 잘하는 은행들이 수익성이 높다"면서 "대출이 주담대에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건전성 감독으로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도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갖는 높은 가격 변동성과 은행 대출 레버리지가 합쳐지면 경제에 불안정성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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