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 뒤 한강공원, 청소년에겐 '일탈의 밤'
청소년들 버젓이 음주·흡연…어른들은 '보고도 못 본 척'
여의도지구대 측 "술·담배 판매 엄격히 하는 수밖에"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캔 맥주 한 두 개쯤은 괜찮지 않아요? 딱히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술 취해서 행패부리는 것도 아니고……"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이 자주 찾는 서울 한강공원이 청소년들의 일탈 장소로 전용되고 있다. 버젓이 음주와 흡연을 하는 데도 이들을 단속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시민들 역시 못마땅하긴 해도 지켜볼 뿐 뭐라고 하지 못한다.
5일 오후 여의도 한강 둔치. 소나기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갑작스런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린아이를 둔 가족들과 연인들,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로 인해 공원은 제법 북적였다.
시민 대다수는 미리 준비한 도시락이나 치킨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반면 캔 맥주나 담뱃갑을 든 채 앉아 있는 청소년, 지나치게 애정표현을 하는 어린 커플들이 눈에 띄었지만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시민들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 적당히 시선을 피했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 한강을 찾은 황모(40·서대문구)씨는 기자의 질문을 받기가 무섭게 "말해서 뭣하나"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요즘 애들이 좀 무섭나. 어른이라고 한 소리 해봤자 오히려 '아저씨가 뭔데'라며 대들까봐 모른 척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그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인데도 불구하고 애정행각이 도를 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면서 "일부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나이 가릴 것 없이 보기 안 좋다"고 푸념했다.
부산에서 온 김모(36)씨는 각각 11살, 10살인 아들 둘을 둔 엄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술 마시는 건 그나마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애정행각은 눈 뜨고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아이들도 다 알아보고 이상하다고 말한다. 애들이 크니까 더 신경 쓰인다"고 토로했다.
마침 김씨 일행 주변에는 앳된 외모의 한 커플이 돗자리 위에 누워 서로 다리를 포갠 채 포옹을 하고 있었다. 이를 가리킨 김씨는 "얼굴이나 헤어스타일, 옷차림 등이 딱 봐도 청소년 아니냐"면서 "어린 학생들일수록 남 눈치를 안 본다"고 지적했다.
커피를 파는 80대 김모 할머니 역시 "방학이 되니까 더한 것 같다"며 "해 지면 주위가 어두운데다 옷차림만 봐서는 나이가 구별 안 될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시각과 달리 당사자들은 정작 문제될 것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담뱃갑을 돗자리 위에 올려두었던 박모군은 "청소년인데 이래도 돼요?"라고 기자가 묻자 "청소년 아니다. 스무 살"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친구도 너무 어려 보인다"고 지적하자 "아는 동생"이라며 "술이든 뭐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올해 스무 살이라는 곽모(성북구)씨는 "나 역시 지난해만해도 한강에 와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곤 했다"면서 "크게 판을 벌이지 않는다면 추억이 되는 것 같다. 큰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등포경찰서 관할 여의도지구대 측은 "청소년의 술·담배 구입이 금지된 만큼 판매 단계에서 엄격히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면서 "눈에 띄는 경우엔 즉각 조치를 취하지만 학생들 또한 워낙 영리하게 대응하는 탓에 이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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