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해 GDP 성장률은 내수부진 등으로 2.0%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3% 성장에 그쳤던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이중 내수가 차지하는 기여도는 0.7%포인트이다.
GDP에서 내수 비중이 갈수록 감소하는 것은 수출 경쟁력이 강화된 측면도 있지만 내수 시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0.7%포인트 비중도 국내기업들보다는 해외 기업들의 의존도에 의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GDP에서 차지하는 국내 기업들의 내수 기여도는 사실상 제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통한 브랜드 육성 보다는 손쉽게 사업을 할 수 있는 해외 라이선스 도입에 치중하면서 이들이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정체돼 있는 사이 해외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끈 셈이다. 이는 로열티 지급 확대로 이어져 외국기업만 도와주는 꼴인데다 내수 산업의 기초체력 부실을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국내 패션산업을 이끌고 있는 아웃도어 부문 1위 노스페이스는 라이선스 브랜드다. 노스페이스를 라이선스로 운영하고 있는 골드윈코리아(영원무역 계열사)는 로열티로 순매출의 5%를 지급한다.
지난 해 노스페이스의 순매출이 3600원을 기록했으니 로열티만 약 180억원이 해외로 넘어간 셈이다. 스타벅스, 아웃백스테이크 역시 국내 기업이 해외 라이선스를 도입해 시장점유율(MS)에서 압도적 성과를 내는 브랜드들이다.
내수 시장의 외국 브랜드 의존도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근혜노믹스'로 불리는 차기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인 경제민주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과 분배로 집약되지만 국내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경제민주화에서도 열외돼 있다. 외국기업과의 역차별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규제라는 족쇄에 발이 묶인 사이 외국계 기업 및 라이선스 도입한 업체들은 국내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마트 규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대상으로 월 2회 휴무를 의무화하고 전통시장 반경 1킬로미터 이내에는 출점을 제한해 국내 기업들에만 족쇄를 채웠다. 그 사이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는 막대한 이득을 취했고 일본계 슈퍼인 트라박스와 바로는 신규 출점을 늘렸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 박사는 "수출이 잘되고 기업들 이익도 늘어나는데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편중된 성장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는 자본이라든지 인위적으로 경쟁을 저해하는 부분에 있어서 국내와 외국기업간의 공정경쟁을 훼손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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