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출액 12억달러, 증가율 31% 역대 최고
K-라면 성장세가 맵다. 전 세계적 K-컬처 인기에 힘입어 급성장한 라면 수출액이 지난해 역대 최고 증가율인 31%를 기록하며 12억 달러를 돌파했다. 10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데도 성공했다. 이처럼 K-라면은 미국, 유럽, 동남아를 가릴 것 없이 가파른 속도로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중이다. 주요 업체들이 넘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 시설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만큼 당분간 K-라면 전성시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12억4850만 달러(약 1조8363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도인 2023년 9억5240만 달러(1조4008억원) 대비 31.1% 성장한 수치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이다.
BTS 정국 레시피로 '불닭' 삼양식품 7억불 수출탑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늘어난 라면 수출은 ▲2020년 29.34% ▲2021년 11.59% ▲2022년 13.5% ▲2023년 24.44%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날이 갈수록 수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K-라면은 2015년부터 10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게 됐다. 2014년 당시 라면 수출은 2억1000만 달러(3089억원)에 불과했다.
K-라면 수출 확대의 핵심 요인으로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물린 K-콘텐츠 확산이 꼽힌다. K-팝과 함께 한국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레 우리나라 라면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대표적이다.


BTS의 정국이 소개한 불닭볶음면 레시피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간편식이 각광받고 있는데 K-라면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서 외연 확장에 성공한 것이다.
이밖에도 한국 라면의 중독적 매운맛이 전 세계 소비자를 매료시키면서 재구매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라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파급력은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불닭 돌풍 덕에 삼양식품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수출 실적이 급증하며 삼양식품은 최근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는 환율 효과도 쏠쏠히 작용했다. 최근 달러가치가 고공행진하면서 국내에서 라면을 전량 생산해 해외에 팔고있는 삼양식품이 가장 큰 환차익을 본 것이다.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발맞춰 삼양식품 , 농심 등 주요 회사들이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K-라면 수출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양식품은 오는 5월 말 밀양 제2공장 가동을 앞뒀다. 또 2027년에는 불닭 수출국 1위인 중국에 생산공장도 준공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현지 공장을 통해 중국 수요를 해결하고 기존에 중국으로 가던 물량을 미국, 유럽에 더 많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농심도 올해 상반기 녹산공장 부지에 신규 공장을 건립해 수출 전용 라면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도 라면 중심의 수출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최근 원화 약세 흐름은 수출 중심 업체들에게는 우호적이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