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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108 번뇌'...야구공 실밥이 108개인 이유[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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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야구공을 던질 때는 공의 실밥을 기준으로 그립을 쥡니다. 이 그립은 어떤 구종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투수가 야구공을 던질 때는 공의 실밥을 기준으로 그립을 쥡니다. 이 그립은 어떤 구종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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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무게 142~145g(그램), 둘레 23.2㎝, 반발력 계수 0.4034∼0.4234. 이 정도 힌트면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요? 무엇일까요? 힌트를 하나 더 드리면 '108개의 실밥'. 야구팬들은 무게까지만 읽고도 정체를 파악하셨을 겁니다.


야구공입니다. 코르크나 고무로 만든 심에 실을 감은 후 가죽을 감쌉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기술자가 10가닥의 붉은 면사로 한 땀 한 땀 엮어 108땀을 떠서 가죽을 이어붙이면 야구공이 완성됩니다. 숙련된 기술자의 경우도 공 1개 꿰매는데 12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이 야구공의 실밥이 108개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교의 108 번뇌와 연관이 있을 것도 같지만 불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선수와 감독, 팬들과 구단 모두를 번뇌에 빠지게 하는 경기인 만큼 '불교의 108번뇌'와 100% 일치한다"고 단언합니다.


야구공의 실밥은 단순히 공을 꿰맨 자국이 아닌 타자를 교란시키는 다양한 변화구를 창조하는 과학입니다. 실밥이 공기와 공기 사이의 마찰을 크게 해 압력차를 만들고 공에 회전효과를 주는 것이지요.


투수가 공을 던져 공이 날아갈 때 공기는 공의 표면을 타고 뒤쪽으로 흘러갑니다. 이 때 공의 앞쪽은 공기의 저항에 부딪히고, 뒤쪽은 압력의 소용돌이가 발생합니다. 이런 규칙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공의 실밥입니다.

108개의 실밥은 공기의 흐름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뒤쪽의 압력을 낮춰 공기의 저항이 줄어들게 됩니다. 줄어든 공기 저항만큼 공의 속도는 더 빨라지는 것입니다. 야구공에 실밥이 없다면 어떨까요? 공의 속도는 시속 130㎞를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야구공은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꿰매서 108개의 실밥을 만듭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야구공은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꿰매서 108개의 실밥을 만듭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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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진 공은 무조건 회전합니다. 투수가 직구를 던져도 그 공은 회전합니다. 공이 회전하면 방향이 변화하려는 힘이 발생합니다. 공이 날아가면서 만들어진 회전이 공기의 변화를 초래하고, 이 변화에 따라 공기의 진행방향이 바뀌면서 공은 회전 방향으로 휩니다.


이를 '마그누스 효과(Magnus Force)'라고 합니다. 공이 회전하는 방향과 공기 흐름이 같은 곳에서는 공기 흐름이 빨라지고, 반대편은 공기 흐름이 느려져 회전방향으로 공이 휘는 것이지요. 108개의 실밥이 예측 불가능한 공의 흐름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실밥은 공기와의 마찰을 높이는 매개체가 돼 압력의 차이를 만들고 공의 회전 효과도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투수가 야구공의 어느 부분의 실밥을 잡느냐에 따라 변화구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경기 중에 공에 흠이 생겼다고 투수 등이 공의 교체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야구공에 흠이 생기면 공의 빠르기와 변화가 달라질 수 있어 투수는 물론 타구를 멀리 날려야 하는 타자에게도 불리해지는 것이지요.


108이란 숫자는 정말로 '번뇌'의 숫자일까요? 도박이나 내기를 주로 하는 야구와 축구, 골프 같은 스포츠와 숫자 '108'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우승에 목말라 있던 시카고 컵스. 1945년 월드시리즈 경기에 염소와 함께 입장하려던 관객을 쫓아낸 시카고 컵스는 '염소의 저주'에 걸려 무려 108년 동안 월드시리지에서 우승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2016년 시카고 컵스는 108년간 이어진 저주를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프로축구는 최상위 리그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부터 하위 리그인 디비전3까지 무려 24부의 리그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모든 도시가 24부 리그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14부~24부 리그를 운영합니다. 1904년 창단된 헐시티AFC는 비교적 규모가 큰 팀임에도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하는데 108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골프의 마지막은 퍼팅으로 홀컵 속에 공을 넣는 것입니다. 홀컵의 지름과 퍼터 헤드의 길이는 108㎜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골프의 마지막은 퍼팅으로 홀컵 속에 공을 넣는 것입니다. 홀컵의 지름과 퍼터 헤드의 길이는 108㎜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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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골퍼들을 일희일비하게 만드는 퍼팅의 핵심도 모두 108과 연관이 있습니다. 홀컵의 지름이 108㎜이고, 일반적인 퍼터 헤드의 길이가 108㎜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 골퍼들의 평균 스코어가 108이라고 합니다. 72홀 기준으로 대부분의 골퍼가 매홀 더블보기를 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36오버파인 108타가 됩니다.


스포츠와 108이란 숫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까요? 아니면, 스포츠와 번뇌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일까요? 스포츠 팬들은 그저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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