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웰에이징센터 3년 만에 해체
부처 칸막이·장기투자 부재 등 겹쳐
글로벌 격차 점점 더 확대

편집자주항노화는 더 이상 웰니스 산업의 주변 담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노화 자체를 신약의 직접 표적으로 삼아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거침없이 쏟아부으며 '게임의 법칙' 자체를 다시 세우는 중이다. 누구보다 더 빠르게 첫 걸음을 내디뎠던 한국은 초기 투자와 컨트롤타워의 부재, 분절된 정책 등에 가로막혀 크게 뒤처진 실정이다. 그러나 데이터, 재생의료, 정밀진단 인프라 측면에선 우리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 아시아경제는 글로벌 항노화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보고 한국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①글로벌 신산업으로 자리매김한 '노화와의 싸움'

②빅파마도 못 푼 노화신약, 한국에 열린 '틈새'

③구글보다 빨랐던 삼성 항노화 연구, 왜 13년 뒤처졌나

④한국판 아이멕 꿈꾸는 K-빅하트


한국이 항노화 경쟁에서 뒤처진 배경에는 연구자 개인의 역량보다 장기 투자와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항노화 연구는 글로벌 경쟁의 출발 시점에선 꽤나 앞서 있었다. 2013년 1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산하에 박사급 연구원 20명이 포진한 웰에이징연구센터가 문을 연 게 시작이었다. 구글이 항노화 자회사 칼리코를 설립한 것은 그로부터 약 6개월 뒤였다. 이후 칼리코는 애브비와 누적 25억달러(약 3조 6875억원) 규모의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는 등 글로벌 항노화 연구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삼성전자 웰에이징센터는 출범 약 3년 만에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후 핵심 인력들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으로 옮겨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산업계 연구조직과 학내 연구센터는 규모와 성격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13일 관련 업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항노화 연구 역량 격차는 민간과 정부 양쪽 모두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자본이 항노화 연구의 한 축을 떠받친다. 칼리코는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애브비의 자본·신약개발 인프라를 결합한 민간 항노화 연구소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알토스랩도 2022년 30억달러(약 4조 4535억원) 규모로 출범했다. 한국은 삼성 웰에이징센터 해체 이후 산업계 차원의 장기 항노화 연구개발(R&D) 거점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정부 차원의 격차는 더 크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원(NIA)은 기초연구비 지원부터 임상·보건정책까지 아우르는 단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한 메이오클리닉·벅인스티튜트는 노화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세놀리틱스 치료제 개발의 본산이 됐다. 일본은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를 운용한다. 유럽연합(EU)·네덜란드도 별도 연구기관을 두고 있다.


[바이오의 새 길, 항노화]③구글보다 빨랐던 삼성 항노화 연구, 왜 13년 뒤처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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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이런 단일 기구가 없다. 앞서 이뤄졌던 국립노화연구소 설립 시도는 지지부진하다. 보건복지부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건립을 확정하고 4만9588㎡ 부지까지 확보했지만 착공을 앞두고 좌초됐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장기 계류하는 사이 설립 계획은 무산됐다. 2021년 질병관리청이 다시 추진 의사를 밝혔고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올해 1월 설립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지만 아직 구체적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초·응용 R&D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개·임상·보건의료·노인복지는 보건복지부, 실용화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예산과 정책이 분리돼 있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이윤일 DGIST 웰에이징연구센터장은 "항노화 연구를 집적할 국립노화연구소 설립은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복지부는 돌봄, 과기정통부는 R&D, 산업부는 산업화로 초점이 분산돼 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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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장기·대형 사업으로 키워내는 길도 지금은 막혀 있다. 앞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등 여러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노화 분야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신청했지만 모두 통과하지 못했다. 이윤일 교수는 노화가 질병코드(ICD)에 등재돼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예타의 핵심 평가 항목인 경제적 타당성 분석에서 질환은 환자 수·치료비·시장 규모로 수치화가 가능하지만 노화는 산정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연구자들은 근감소증 같은 노인성 질환을 표적으로 우회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영삼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는 "노화 표현형은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10년, 20년의 긴 호흡으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R&D와 치료, 사회복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접근이 노화 분야에서는 특히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6개월 먼저 출발하고도 13년 뒤처진 이유가 연구자가 아닌 시스템에 있다면, 앞으로의 격차를 가를 변수도 시스템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2016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웰에이징센터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DGIST

2016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웰에이징센터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D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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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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