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포함 20대 도박중독 4년 만에 2배
미래 소득 불안에 '빠른 보상' 집착 대학생
'빚투' 성공담이 자극하는 대학생 경제난
정부 보호체계 있지만 한계… '예산' 부족

지난해 부산에 위치한 A대학에 입학한 B씨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팔아 책값을 벌려고 했다. 게임에서 만난 파티원(게임 내에서의 동료)에게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마음을 털어놓은 게 화근이었다. 불법 카지노 사이트를 소개받았고 호기심은 재미로, 재미는 중독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한 학기 등록금 수준의 돈도 쥐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도박으로 날린 돈만 1억원. 돈을 잃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취업난의 장기화로 경제난에 빠진 대학생들이 도박판을 찾고 있다. 미래 소득이 불확실해지며 빠른 보상에만 집착한 결과다. 도박에 빠진 대학생들이 범죄 표적이 되는 사례도 늘었다.

"누군 돈 벌었다던데…" 불안했던 그는 결국, 한달만에 1억을 날렸다 [위기의 대학생]⑤
AD
원본보기 아이콘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대학생이 포함된 20대 도박중독 환자는 2024년 1135명으로 4년 만에 2배 늘었다. 증가세는 가팔랐다. 2020년 603명에서 2021년 754명, 2022년 846명, 2023년 954명, 2024년 1135명으로 20% 가까이 증가한 해도 있었다.

중독성이 강한 도박의 경우 10대에서 시작해 성인이 된 후 더 과감해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대학생 도박'은 다르다. 아르바이트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등록금과 주거비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도박을 찾는다. '우연한 보상'이 '잘못된 확신'으로, 결국 손실을 회복하려는 집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빚투'(빚내서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주변의 성공담은 투자와 도박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코인, 레버리지 투자가 스포츠 베팅, 카지노형 도박으로 진화하는 단계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024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실시한 사이버도박 범죄 특별단속에서도 20대 피의자가 가장 많았다. 총 5196명을 검거했는데 25.3%에 달하는 1514명이 20대였다. 20대는 스포츠토토는 물론 게임 기반의 카지노 유형까지 손을 뻗었다.

도박중독에 빠진 대학생은 범죄 표적이 되기도 했다. 불법도박에 직접 가담하거나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으로부터 돈을 받고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넘기는 경우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던 C씨도 '월 500만원에 집과 생활비 지원' 약속에 속아 범행에 가담했다.


정부 차원의 보호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박중독에 대한 상담은 물론 치료 및 재발 방지까지 연계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다만 도박중독 증가세에 비해 재정·행정 지원은 부족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100조원을 넘어선 불법도박 시장에 비해 허술한 감시·예방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국내 사행산업을 통합·감독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접수된 온라인 불법도박 신고 건수는 2020년 2만928건에서 2024년 5만439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지만 단속 인력은 2022년 26명에서 지난해 32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누군 돈 벌었다던데…" 불안했던 그는 결국, 한달만에 1억을 날렸다 [위기의 대학생]⑤ 원본보기 아이콘

대학별로 운영 중인 상담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박중독' 전문상담 창구를 운영 중인 곳은 찾기 어렵다. 일부 대학에서 외부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유료상담으로 전환하거나 실제 상담범위가 제한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정부의 관련 예산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운영 예산은 48억3700만원으로 지난해(42억7500만원)보다 5억62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액분은 '포상금'과 '연구용역비'에 반영됐다. 불법 온라인 도박 감시시스템 구축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한 4억4500만원이다.


조윤오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대학생들은 미성년자도, 성인도 아닌 과도기에 있는 비독립적인 성인으로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본인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가 아닌 짧은 시간에 돈을 벌기 위해 사행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대학들이 도박중독 학생들을 제때에 보호하지 않으면 30대 이후에도 도박중독자로 남게 되는 만큼 각 학교는 이들을 전문 치유센터로 연계하는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AD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