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집보다 지금 집 지키기 관건
공급 시작 3기 신도시 청약도 매력적
전세도 입주 물량 많은 곳이 더 유리
비아파트·공공임대도 선택지 넣어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씨(39)는 두 달 뒤 전세 만기를 앞두고 있다. 2년 전 3억2000만원에 들어온 전용 59㎡ 아파트인데,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신규 전세가 최근 5억원에 거래됐다. 새 전셋집을 찾자니 보증금을 1억~2억원 더 마련해야 하고 기존 집에 남자니 계약갱신청구권을 지금 써야 할지 고민이다. 집주인이 "조금 더 올려주면 재계약은 가능하다"고 했지만, 한 번뿐인 갱신권을 아껴두는 게 맞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전세난이 길어지면서 A씨 같은 세입자들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갱신계약 비율은 46.9%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41.7%보다 5.1%포인트 높아졌다. 월별로도 1월 45.4%, 2월 47.8%, 3월 47.7%, 4월 47.8%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만 놓고 보면 4월 갱신계약 비율은 53.77%로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 전세 매물이 줄면서 새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신규 계약을 하려면 보증금 부담이 커졌다. 노원구 상계동 중개업소 대표는 "노원구는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이 전세나 월세로 시작해 돈을 모으고, 이후 내 집 마련으로 넘어가던 지역"이라며 "요즘 전세는 몇천만원씩 올라도 물건이 없고, 월세도 1년 새 50만원씩 뛰어 서민들이 갈 곳이 줄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1만6300여건으로, 3개월 전보다 20% 이상 줄었다. 월세 물건도 같은 기간 20% 넘게 감소했다. 전세와 월세 선택지가 동시에 줄어들면서 세입자 입장에선 '더 좋은 집으로 옮기기'보다 '지금 집을 지키기'가 우선순위가 된 셈이다.
"아껴두다 못 쓸 수도"…갱신권 우선 행사해야
갱신계약은 늘고 있지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다. 올해 1분기 갱신계약 중 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은 43.3%로 지난해 3분기 51.83%, 4분기 47.1%보다 낮아졌다. 갱신권을 쓰면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묶고 2년을 더 살 수 있지만 한 번만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세입자는 당장 5%보다 더 올려주더라도 집주인과 합의 재계약을 하고 갱신권은 나중을 위해 남겨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전세대출 부담, 자녀 학교와 출퇴근 여건 등을 고려하면 새 전셋집을 찾는 것보다 기존 집에서 버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갱신권을 무조건 아껴두는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갱신권은 세입자가 원할 때 언제든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계약 종료를 요구하면 세입자는 갱신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는 본인이 2년 실거주를 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맞출 수 있어 2년 뒤 집주인의 의사 변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집주인이 2년 뒤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고, 이를 특약으로 확실히 보장받기도 쉽지 않다"며 "전세난이 심한 상황에서는 갱신권을 마지막까지 아끼기보다 우선 행사해 현재 주거 안정을 확보하는 쪽이 낫다"고 했다.
3기 신도시 청약 챙겨야…새 전셋집은 '입주 물량 있는 지역'부터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는 우선 계속 임차 시장에 머물 것인지 내 집 마련으로 방향을 틀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기존 집에 계속 살 계획이고 갱신권이 남아 있다면 행사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규 전세가 기존 보증금보다 크게 높거나 같은 생활권 안에서 대체 매물을 찾기 어렵다면, 갱신권을 쓰는 것만으로도 최소 2년간 주거비 급등을 막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임차 시장에만 머물 생각이 없다면 청약 전략도 함께 세워야 한다. 올해는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를 비롯해 화성 동탄, 성남 낙생, 성남 복정 등 공공택지 물량이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평당 1900만~2000만원 수준에 양질의 입지를 분양받을 수 있다. 청약통장이 있고 신혼부부, 생애 최초, 신생아 출산 가구 등에 해당한다면 전세난을 버티는 동안 청약 기회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는 입주 물량이 있는 지역부터 살펴보는 게 좋다. 서울 안에서 원하는 단지의 전세를 구하기 어렵다면 수도권 외곽의 입주 단지나 신축 물량이 몰리는 지역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입주장이 열리는 지역은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 조건을 조정하는 경우가 있어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
비아파트·공공임대도 대안
아파트 전세에서 답이 안 나오면 비아파트나 공공임대도 선택지에 넣어야 한다. 다만 빌라,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와 선순위 채권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보증금이 시세에 비해 과도하게 높거나 집주인 대출이 많은 물건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이 공급하는 공공임대, 매입임대도 수시로 공고가 나오기 때문에 전세 만기가 임박하기 전 미리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월세를 일부 받아들이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세대출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보증금을 무리하게 올려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일부 월세를 부담하는 편이 총주거비 측면에서 나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월세 금액만 볼 게 아니라 보증금 증액분, 전세대출 이자, 관리비, 이사비, 중개수수료까지 모두 합쳐 비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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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랩장은 "전·월세 물건이 1~2년 안에 빠르게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계속 임차 시장에만 머물 게 아니라면 올해 본격화되는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청약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청약 당첨 전까지는 입주 물량이 몰리는 지역의 임대차나 비아파트, 공공임대까지 시야를 넓혀 거주 비용을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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