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독作 인기게임 '프래그마타'
부성애 자극 스토리에 우는 게이머
'결혼·육아 대리만족' 현실은 슬퍼

게임 '프래그마타'에 등장하는 소녀 안드로이드 '다이애나'와 주인공 휴. 캡콤

게임 '프래그마타'에 등장하는 소녀 안드로이드 '다이애나'와 주인공 휴. 캡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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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희 씨는 일본 오사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게임 아티스트다. 지난달 그는 일본의 대형 게임 회사 캡콤에서 자신이 연출한 첫 작품을 내놓았다. SF 액션 게임 '프래그마타'다. 글로벌 게임업계 본진에서 한국인이 총괄 디렉터를 맡은 첫 대작이라 출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낳았다. '프래그마타'는 탁월한 스토리와 게임성으로 출시 이틀 만에 100만 장이 팔렸다. 대표적인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선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재미가 보장된 소위 '갓겜'인 셈인데, 흥미로운 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 작품이 '딸바보 게임'으로 불린다는 점이다.


게임의 무대는 달이다. 주인공 휴 윌리엄스는 광물 채굴을 위해 세운 달 기지에 파견됐다가 대규모 지진 때문에 고립된다. 그는 우연히 안드로이드 소녀 다이애나를 만난다. 다이애나는 강력한 해킹 능력을 가진 안드로이드지만 외형과 말투가 여섯 살 정도 인간 아이와 같다. 지구에 가 본 적 없는 그는 휴에게 바다는 어떻게 생겼는지, 비가 내리면 무슨 냄새가 나는지 묻는다. 기지 곳곳에서 작은 장난감 아이템을 주워 선물하면 다이애나는 그것을 안고 잠든다. 휴가 다이애나를 등에 업고 전투를 하고 은신처로 돌아와 쉬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게이머들도 어느새 자신이 이 꼬마의 보호자가 된 듯한 감정을 갖게 된다.

해외에서 이 게임에 붙인 별명도 그래서 '대드 스페이스(Dad Space)'다. 과거 히트했던 우주 호러 게임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의 패러디다. 똑같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지만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은 공포가 아니라 부성애라는 의미다. 한국, 미국, 유럽, 일본을 가리지 않고 게이머들이 "내가 이 아이의 아빠가 된 것 같다"는 후기를 남긴다. '한국 드라마식(?)' 신파조로 후반부를 연출해 유튜브에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펑펑 우는 게임 유튜버 영상이 줄을 잇는다.


사실 위기에 빠진 아이와 그를 지키는 어른의 이야기는 기존에도 흔했다. 영화 '레옹'이나 '아저씨',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 '라스트 오브 어스'까지 그야말로 닳고 닳은 서사다. 그런데 왜 유독 다이애나와 딸바보 게이머들에게 눈길이 가는 걸까. 그들에게는 이전 시대와 다른 결핍도 조금 섞여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과거 '레옹'을 관람한 청년들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프래그마타'를 플레이한 청년들에겐 그런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점점 더 기회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비용'의 문제도 엮여 있다.

'가정의 달'인 5월, '어린이날'인 5일(신문 게재는 6일)에 이런 글을 쓰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지만 어쨌든 현실은 그렇다. 지난해 12월 국가데이터처가 내놓은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30~34세 미혼율은 2000년 19.5%에서 2024년 66.8%로 세 배 넘게 뛰었다. 데이터처 전신인 통계청 '2024 사회조사 결과'에선 미혼 남녀가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자금 부족(31.3%)'을 꼽았다. 다이애나는 안드로이드다. 배고파 하지 않고 학원비도 들지 않아 키우는 비용이 '0원'인 딸이다.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 게임에선 귀엽고 총명한 딸을 얼마든지 예뻐할 수 있다. 딸바보 게이머들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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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판타지를 대신 구현해주는 매체다. 용을 무찌르고, 세계를 구하고, 슈퍼카를 모는 일이 그렇다. 거기에 '딸을 키우는 일'이 새로 끼어들었다는 점이 서글프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다이애나가 "이런 옷 입고 싶어"라며 스케치북에 그린 옷들이 알고 보니 DLC(유료 콘텐츠)로 판매되는 아이템이었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캡콤이 제일 무서운 상술 '아빠! 저거 사줘!'를 펼쳤다"는 농담이 나온다. 키우는 비용이 0원인 줄 알았던 안드로이드 딸에게도 결국 결제창이 따라붙는다. 자본주의가 이렇게 무섭다.


[아경의 창]'달에 사는 딸' 만나러 갑니다 원본보기 아이콘

박충훈 콘텐츠편집2팀장 parkjovi@asiae.co.kr
기자가 작성하고 AI가 부분 보조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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